왜 한국 정치인은 맘다니가 될 수 없는가
여기저기서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에 대해 각자 찬탄을 쏟아내며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 요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한 도구로서 맘다니를 가져다 놓는다는 것이다. (사실 그건 나도 그렇다.)
그들은 맘다니가 왜 당선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 나름 자신의 정체성과 관점에 기반하여 소개한다. 가령 누군가는 affordable에 주목하여 “부담가능한 주택”에 대한 그의 정책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그의 소수자적 정체성에 기반하여, 누군가는 그의 “좌파적” 정체성에 기반하여 이야기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다 보고 있자니, 좀 지친다.
그들은 맘다니의 당선이란 결과에 주목하지, 과정 전반에 대해서는 별로 주목하진 않는다. 혹은, 주목하더라도 피상적일 뿐이다. “나도 그런 거 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울도 뉴욕이랑 비슷하니까 서울도 뉴욕처럼 바뀌어야지!”
답답하다.
맘다니는 50대 꼰대가 아니라 나보다 나이가 어린 30대다.
20대와 30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서 바람에 올라탄 후보인데다가, “민주 사회주의자”라는 정파 회원들이 그의 조직이 되어 있었다. 페이스북에 맘다니 타령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5060 세대 나보다 나이 많은 “진보” 아재들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맘다니의 정치는 “강연하는 정치”가 아니라 “경청하는 정치”의 실천이였다고 한다. 그게 당선의 한 요인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는 대중 앞에 “강연”하지 않는다.
맘다니가 소셜미디어에 올라탔다, 틱톡 잘했다더라, 우리도 뭐 좀 쇼츠좀 올리고 영상 좀 올리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올리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의 소셜미디어 영상을 보면, 본인이 주인공이다. 본인이 멋있어야 하고 본인이 주장하고 규정하고 말해야 한다. 웃겨도 본인이 웃겨야 한다.
그런데...가령 그의 “할랄플레이션” 영상을 보자.
https://www.reddit.com/.../this_was_one_of_zohrans_best.../
이 영상에서 맘다니는 인터뷰어다. 인터뷰이가 아니고.
정치인임에도 그는 질문에 답변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하는 사람이다.
우선 평범한 뉴욕시민처럼 할랄푸드를 실제로 길거리에서 먹는 장면을 보여주고, 그 뒤에 할랄푸드 카트 사업자들의 대답을 “경청”한다. 마지막에 기자가 클로징멘트하듯이 이야기하는 게 그의 이야기다.
중요한 건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쓰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당신의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나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외피는 철저히 사람들의 관심사로 슈가코팅되어야 한다.
무작정 따라한다고 한국의 정치인들이 맘다니를 따라할 수가 있을까.
가령 “렌트 프리즈”, “임대료 동결”을 이야기하는 걸 그대로 따라할 수 있을까.
뉴욕에는 230만호의 임대주택이 있고 그 중 100만호에 대해 뉴욕시장이 민간임대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한국에는 그런 게 없을뿐더러. 사실 부동산 규제의 대부분은 전월세 신규매물을 급격하게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임대료가 아니라 임대가 없어지는 방향의 정책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침묵한 채로, 말하지 않은 채로 “부담가능한 주택”을 말하는 것도 내가 보기엔 넌센스로 보인다.
그리고 맘다니가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되는데 있어 가장 강력한 기반은 “선호투표제”였다. 그게 1위였던 앤드류 쿠오모를 이기고 2위와 3위의 합종연횡으로 맘다니가 후보가 될 수 있던 가장 큰 원인이었다. “룰”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문제를 고찰하지 않고 맘다니 맘다니 맘다니 타령만 한다면 글쎄. 아무리 맘다니가 쿠오모보다 소셜미디어에서 40배나 많이 언급되었다 한들, 기성 레거시 미디어 중심의 전략을 펼친 쿠오모에게 선호투표제가 아니라 한국처럼 1인 1표로 선택하게 하고 1등이 바로 후보자리 먹게 하는 단순 득표제가 룰이었다면 그가 지기는 어려운 판이었을 것이다.
맘다니가 소수자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고 하지만, 흑인 커뮤니티에서 더 지지율이 높았던 건 쿠오모였다. 맘다니의 요점은 그가 “소수자 정체성”이 아니라 2030, 특히 18세- 29세 유권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는 데 있었다. “세대”의 균열에서 그가 해답을 찾은 것이지 소수자 정체성 등으로 먹은 게 아니었다. 그리고 그 세대의 균열은 “젊은”유권자의 경제적 부담을 의제로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맘다니에겐 소셜미디어 제작팀 Melted Solids가 아예 붙어있었다. 여긴 아예 전문 프로덕션팀이다. 그리고 맘다니 캠프의 가장 큰 성공요소는 창의적 자유고 신뢰였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개방적이었고 후보 본인이 적극적인 협력자였다.
그리고 맘다니는 70명 이상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브리핑을 여는 등 유튜브, 틱톡 거대 채널들과 제휴했다. 그의 부인도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60만명이었다.(실제로 바이럴 영상 애니 다수도 그가 제작한 것으로 안다.) 맘다니의 아빠는 오스카상까지 탈 뻔했던 영화감독이다.
심지어 맘다니의 경쟁자들이 맘다니의 소셜미디어 전략을 벤치마킹 안한것도 아니었다. 가령 미국 현 시장인 에릭 애덤스는 턱걸이하는 영상을 올렸지만, 조회수는 맘다니 영상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핵심은 “이런거 해볼까 저런거 해볼까”하면서 잘된 거 벤치마킹 이상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을 보여줄지, 무엇을 듣고 경청해야할지 정치인 스스로, 그리고 그의 팀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
맘다니 타령하는 후보보다 차라리 서울자가에 대기업다니는 김부장 같은 드라마 보면서 내가 꼰대는 아니었을까? 하고 반성하는 후보가, 그 반성에서부터 2030 사회초년생 청년들의 지지를 어떻게 얻을지 고민을 시작하는 후보에게 더 미래가 있다고. 아예 젊은 후보가 나올 게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