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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Dec 27. 2023

《작가의 인생 공부》 이은대, 바이북스 "말 조심"

대화를 차단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도. 어른도.

오늘 내가 그랬다.


급식소에서 나에게 상황을 설명하려는 학생에게

다른 반 자리에 가서 대화를 하고 있는 자체에 대해 지적을 했다.

뭔가를 얘기하고 싶어 했는데.

내 식판 정리하고 뒤따라가니 아이는 하교했다.

보건실에 아픈 학생 챙기러 들러야 하는 상황이라 더 이상 대화하지 못했다.

내가 정한 원칙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더 이상 학생 얘기를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경험이 전부는 아닌데

내 생각을 얘기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얘기할 기회가 없었다.

터놓고 대화할 시간도, 대화할 마음도 없을 때

소통하려는 마음보다 입 다무는 게 편하다.



오늘은 특히 말조심해 해야 될 것 같다.

뉴스 보면 좋은 소식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과 생각 다 알지 못하는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 상황 모르니까 입 다물어야겠다.



교실에서 쓴 글을 발표하게 했다.

몇 명의 친구 글 내용이 마음에 들었다.

"너만 쓸 수 있는 글이다!"

칭찬했다.

특히, "완벽"에 대한 글에서

상대방에게 먼저 사과하는 아이가 완벽한 아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놀라웠다.

그랬더니

다른 학생들이 자기 글은 어땠냐고 물어보더라.

칭찬도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애들이 잘 써서 자기 글이 초라해 보인다는 말도 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가 몇 편의 글을 칭찬한 바람에

초라하다는 표현까지 하는 것 같다.




작가이자 라이팅 코치로 살면서

교실에서 생산되는 글에 나도 모르게 평가하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

글 쓰는 삶을 전달해 주려고 시작한 글쓰기 교육인데

작가랍시고 한두 마디 한 조언 때문에

아이들이 눈치를 볼 것 같다.


잘한다. 잘한다.

골고루 칭찬하는 방법밖에 없다.




앞서 말한, 급식소에서 마주친 아이랑은

내일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많이 직설적이다.

급식소에서 바라보고 있는 몇 명의 학생은 나를 보고 있었을까

나보다 먼저 나간 학생을 보고 있었을까

나의 뒤끝 없는 지시가 통하는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고 마음이 긁힌 학생도 있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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