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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an 15. 2024

고민 대신 글에 담기

대학원 동기들과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서로 사는 곳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요. 자격증 주는 실속 있는 곳은 아니라서, 남들은 영양가(?) 없는 전공이라고 합니다. 동기들과 방학 때마다 만나서 공부하다 보니 동기가 좋아서 휴학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이 듭니다.

결혼을 앞둔 동기도 있고 연애 중인 동기, 연애를 시작하려는 동기 등 다양합니다. 각자의 상황에서 고민하는 내용도 이해됩니다. 이모 뻘 되는 저와 또 다른 동기가 한 줄로 앉았고 미혼인 동기 세 명이 맞은편에 앉아 있었습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으면서도 결국 제가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말은 뻔합니다.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 각각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

같은 강의실에서 2년째 만나온 동기라서 나이 차이가 나도 서로 고민을 나눌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요즘 인생 후배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정도는 알게 되었네요. 

제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달리 없지요. 현재 내가 내 삶에 대해 언급하는 정도입니다. 

명함을 꺼냈습니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책을 쓰라고 했지요. 

명함을 보면서 한 마디 해줍니다.

"백쌤은 신나 보입니다."

저녁식사 자리라서, 막걸리가 한 잔 들어간 분위기라서 고민을 털어놓았겠지요. 평소 강의실에선 듣지 못할 내용입니다. 동기들처럼 누구나 크고 작은 고민 가지고 삽니다. 저도 제 나이만큼 고민 있습니다. 바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닙니다. 저는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합니다. 고민만으로 오늘을 채울 수는 없으니까요.

글 쓰면서 알았습니다. 글에 담아 고민을 잠시 붙들어 놓고, 현재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요.

지금 떠오르는 일에 대해 글에 보관해 보세요. 위탁하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에 집중하면 됩니다.

막걸리 한 잔에 고민 털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옆에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 없을 땐 글 쓰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이모 뻘 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식사할 일 거의 없겠지요. 대학원 같은 학번으로 공부한 덕에 사적인 이야기도 했다가 문학 동아리를 만들자는 계획까지 이어집니다.

동기들은 왕 언니인 제가 지하철 타러 가는 것 확인하고 2차로 이동하네요.

저는 강의 때문에 기숙사에 왔습니다.

신나 보인다는 말이 오래 남습니다.

제가 신나게 보이는 이유도, 글을 썼기 때문입니다.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317659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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