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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te Liebe Oct 05. 2022

 <하우스 오브 드래곤> 을 위한 기초 가이드.

용들의 전쟁 - wavve의 <하우스 오브 드래곤>


시간을 거슬러서 생각해보면, 저는 그네 공주가 통치하는 세상이 너무 끔찍했을때 종종 웨스테로스로 숨어들곤 했었죠. 그리고 지금, '차라리 그네공주가..' 라는 탄식이 반도를 뒤덮는 이때, 공교롭게도 웨스테로스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다시 제작되었지요. 이런 드라마는 더 많은 사람이 같이 봐야 재미있기 때문에 쓰는 하우스오브 드래곤 ( House of the Dragon. 팬들은 Hot D라고 부름) 영업글입니다!



왕좌의 게임은 봤다. 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글이지만, 사실 Hot D이 왕좌의 게임보다 앞선 시대를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이것부터봐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1. 왕좌의 게임에서 대너리스는 몰락한 타르가르옌의 공주로 처음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의 몰락이냐 하면 야만족의 수장과 (물론 그것이 제이슨 모모아기 때문에 비참함의 기운은 상당히 옅어집니다만..) 매매혼을 해야할 정도로요. 한때 타르가르옌은 대륙 전체를 지배할 정도로 굉장한 세력을 가졌습니다만 어떤 계기로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게 됩니다. 그 시작에는 공중에서 화공으로 적을 압살해버리는 대륙 최강의 공군력, 타르가르옌의 막강한 드래곤들이 내전으로 모두 사망해버리는 사건이 있었지요. 대너리스가 태어나기 한 150-200년전쯤?


                                    매매혼에 찬성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칼 드로고라면... ._.)a



그리고 GoT은 대너리스가 어렵게 찾아낸 알을 부화시키는데 성공하면서 타르가르옌이 다시 철왕좌를 차지하는 얘기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가, 그러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람의 엔딩을 맞이하고 말아….



2. Hot D 의 중심 사건은 비세리스왕의 두 자식 - 이복남매인 공주 라에니라와 왕자 아에곤이 왕좌를 둘러싸고 벌이는 내전입니다.


평화주의자이자 유약한 왕 비세리스는 아들을 낳겠다는 욕심때문에 강행(?) 한 출산으로 첫번째 왕비가 죽은 뒤, 죽은 왕비가 남긴 외동딸 라에니라를 왕위 계승자로 지정하죠.


라에니라는 선왕의 유지라는 확실한 정통성을 갖고 있습니다.  똑똑하고 열정적인 그녀는 왕족으로서의 책임감과 여자로 사는 일의 답답함 같은 걸 자주 느끼는데, 어릴때부터 그걸 이해해주는 건, 세상 경험도 많고 온갖 험한일도 저지르고 다니는 와일드한 삼촌입니다.


삼촌은 결정적으로 어린 공주에게 욜로 YOLO 스피릿이랄까, ‘타르가르옌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된다.’ 같은 아이디어를 불어 넣어주는것 같아요. 둘다 열정적인 드래곤 라이더이고, (모든 타르가르옌이 드래곤을 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자유분방한 성정도 좀 비슷한데가 있긴 합니다.


그녀의 첫번째 결혼은 정치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었고, 유서깊은 훌륭한 집안의 미남이었으나 동성애자였던 남편과는 오픈 메리지 상태의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 드라마에서 라에니라의 남편은 현대 로코의 게이친구 같은 느낌을 주죠…. -  혼외의 아들을 줄줄이 낳게 되죠.





법적인 아빠와 엄마가 모두 플래티넘 블론드에 드라마 설정상 아빠는 흑인이지만, 아이들이 모두 갈색 머리의 백인들이기 때문에 라에니라는 불륜녀라는 소문에 휩싸이죠.  결국 첫번째 결혼은 실패로 끝나고 (정상적인 이혼같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잘 마무리된 ) 에피소드 7에서 삼촌과 다시 결혼하게 됩니다.




타르가르옌은 용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나, 일종의 내연성(?- 불에 잘 안탐) 같은 종특이 너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특히 왕족 내의 근친 혼을 권장하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삼촌과의 결혼이 딱히 큰 문제가 되는건 아니지만, 데이몬의 거친 성정과 권력에 대한 욕망, 불륜 스캔들 등이 이 팀의 약점입니다.


하지만 아무튼 데이몬은 라니에라를 사랑하긴 하고, 둘다 엄청나게 훌륭한 전사들입니다.



3. 내전의 또 다른 한 축인 아에곤은 첫번째 왕비가 죽은 후 재혼한 왕비 알리센트에게서 얻은 아들입니다. 팀 아에곤의 가장 큰 강점은. 여자한테 왕권을 물려주는 건 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아에곤의 엄마이자 국왕의 현재 아내인 알리센트 왕비는 역시 유서깊은 하이타워 가문 출신으로서 매우 높은 도덕과 원칙주의로 무장한 인물입니다.


                                           알리센트 왕비와 딸 친구랑 재혼한 비세리스




팀 아에곤은 왕과 알리센트 왕비 사이에서 낳은 큰아들 아에곤과 두명의 왕자들을 중심으로, 왕비의 친정인 하이타워 가문,  라에니라와 해결하지 못한 사랑의 상처가 남은 기사인 크리스틴 콜. 그리고 라에니라의 내연남이었던 형을 죽이고 가문의 새로운 수장이 된 래리스 정도를 꼽을 수 있겠군요. 이쪽의 드래곤 라이더는 3명 뿐이긴 한데, 왕국 전체에서 가장 크고 무시무시한 용을 이 집안의 막내 아들이 차지했습니다. 객관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전력은 아니지요.


현재 웨스테로스에서는 라에니라와 삼촌인 데이먼이 막 결혼을 했고,  중요한 플레이어들은 자기 용들을 챙겼습니다. 알레산트의 아들들과 라에니라의 아들들 간에는 불편한 기류가 올라가기 시작하고 있으며, 늙은 왕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군요. 1시즌으로 예정된 10개의 에피소드 중에 3개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4.  <하우스 오브 드래곤 Hose of the Dragon - 팬들은 Hot D 라고 부름)은  원작 소설인 Fire & Blood 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이 소설은 로버트 바라테온이 칠왕국을 통일한 후에  (가상의) 1차 자료들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공부한 걸출한 역사학자에 의해 집대성한 타르가르옌 역사입니다.


조선 태조 시기에 고려시대에 대해 쓴 역사책 같은 느낌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바라테온이 왕좌를 찬탈한 직후에, 이전 왕조의 엄청난 내전을 다룬 역사책을 쓴다면 약간은, 왕위 찬탈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들어가있기 마련이지 않겠습니까.


새 왕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전 왕조였던 타르가르옌의 역사를 다루면서, 인세스트를 일삼는(?) 타르가르옌은 얼마나 막장인가. 용은 얼마나 위험한 생물인가. 타르가르옌들끼리 싸우기 시작하면 세상은 어떤 꼬라지가 되는가. 같은 얘기들을 슬쩍 깔아놓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 가상의 역사가는 그다지 믿을만한 구술자가 아닙니다. 새 왕조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사료의 부족함도 영향이 있겠구요.




저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대체 역사적 기술이란 무엇이며, 이런식의 내전에서 좋은 편과 나쁜 편은 어떻게 나뉘게 되는 걸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 당시에 살았다면 우리는 누구를 지지했을까요? 라니에라는 1) 여자가 왕이 된다는 걸 싫어하는 일반인들의 정서와 2) 게이 남편과의 오픈 릴레이션쉽 으로 인해 당시에는 미움을 받았겠지만, 21세기의 우리는 그런 이유로 그녀를 미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이 만약 지금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이 소설과 드라마는 우리가 역사적 서사를 구축하고 수용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집니다. 좋은 역사 드라마가 하는 일이겠죠.


5. 더 많은 분들을 꼬시려고 교훈이 있는 척해보았습니다만… 사실 그런 이유때문에 누가 드라마를 보겠습니까! (당당)


사실 진짜 이 드라마를 봐야하는 진짜 이유는...우리는 모두 왕좌의 게임의 막판 시즌이 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왕좌의 게임과 비교해보면 일단 압도적으로 높아진 제작비덕에 때깔이 다릅니다. 용들이 몇마리씩 나르는 전쟁씬의 규모도 굉장하고, 전반적인 화면에서 엄청난 돈 냄새가 풍겨요. 이 드라마는 왕좌의 게임을 압도할 만큼 매우 자극적인 컨텐츠이고, 미술과 음악등 모든 면에서 매우 수준이 높아서 왕좌의 게임 후반 시즌에 상처입은 가슴들을 어루만져주기에 충분합니다.



6.  불뿜는 용이 열댓마리쯤 나오고, 잔인하고, 화려하며, 섹시하고, 정치적이며, 기록된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 훌륭하고 재밌는 <하우스 오브 드래곤> 을 보세요! 누구를 지지할지 정하세요! 이 잔혹한 판타지 컨텐츠를 봄으로써 ‘세상이 진짜 비할데 없이 엉망진창이긴 하지만, 그래도 드래곤에게 타죽지는 않으니 다행이야.. ‘식으로 우리 본성의 선한천사 같은 소리를 하고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하세요!


웨스테로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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