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by 참울타리

“혈압이 떨어집니다.”


고요한 내과 병동 새벽의 적막을 깨는 것은 RRT(응급대응팀) 알림이었다.


나의 오전 회진 때에는 아무런 이슈가 없던 환자였다. 58세. Lynch 증후군. 대장암이 췌장으로 번진 남자였다.


스페인어 통역사를 대동하고 들어간 병실에는, 눈이 퀭하게 들어간 환자가 걱정을 한껏 담은 얼굴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언제쯤 퇴원할 수 있을까요?”


길어지는 입원 기간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아니면 끝없는 투병에 지쳐서인지 그는 작은 기대를 담아 내게 물었다.


“지금은 열이 계속 나고 있고, CT에서 폐렴 소견이 보여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직 정확히 언제 퇴원하실지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대답이었다.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환자를 달랬다.


그랬던 그가 새벽에 갑자기 복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했고 곧 그의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혈색소는 오전 수치의 절반으로 떨어져 있었고, 그의 혈압은 수혈과 수액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으면서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져 갔다.


중환자팀은 승압제와 항응고제 해독제를 시작하고 그를 중환자실로 이송했다.


다음 날 회진 때, 더이상 그를 내 환자 리스트에서 볼 수 없었지만, 걱정되는 마음에 차트를 열어보았다.


수술/면역 항암치료에도 그의 암은 가뭄에 타 들어가는 산불마냥 맹렬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혈관 속에서는 피가 굳어가고 있었고 그 때문에 항응고제를 먹고 있었다. 5일 전에는 간과 췌장에 생검을 했다. 다음 치료를 위해 암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레지던트와 중환자실 담당 전문의의 노트 중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Prognosis is extremely poor.(예후가 극히 불량합니다.)’


아는 이야기였다. 다만 내가 외면하고 있던 진실이기도 했고 나는 이 분에게 다른 치료를 해 줄 수 있으리라고도 믿었다.


그의 출혈 원인이 궁금했다. 생검 부위에서 출혈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암이 혈관을 파고들며 출혈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고 기술되어 있었다. 그의 혈전을 치료하기 위한 항응고제가 양날의 검이 되어 출혈을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였다.


‘내가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부분이 있었을까?’


차트를 주의 깊게 살펴봤다. 일반적으로 생검 후 24시간 전후에 항응고제를 시작한다. 그는 시술 후 22시간째에 항응고제를 받았다.


‘2시간 더 기다렸다가 줬으면 뭔가 더 달라졌을까?’


중환자실팀 노트와 다른 분과 전문의 노트 어디에도 나를 책망하는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


차트를 닫고 병동 복도로 걸어나갔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 다음 환자 병실로 걸어갔다. 병실 앞에 핸드새니타이저를 눌렀다. 아저씨의 간절한 표정이 눈 앞에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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