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

PPE 속 숨 막히던 하루,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by 참울타리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어젯밤 코비드 환자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랩 결과와 바이탈 사인을 훑어보며 누가 더 위태로운지, 누가 조금은 괜찮은지를 가늠한다.


오늘도 나눔 받은 마스크를 쓰고 가장 먼저 코비드 병동으로 향한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슈 커버는 없다. 머리에 쓰는 헤어캡을 발에 감아 즉석 신발 덮개를 만들어 입장한다.


밤새 열로 고생한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땀에 젖은 가운을 들추며 청진기를 댄다. 방 안은 뜨겁고, 숨이 막힌다. 세 명쯤 보고 나면 스크럽이 이미 땀으로 흠뻑 젖는다.


나는 폐쇄공포증이 없는 편이지만, 마스크와 방호복이 만들어내는 이 답답함은 언제나 참기 힘들다. 그래도 버틴다.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중환자실과 응급실 식구들은 그야말로 전선에 있다. 그런데 어떤 의사들은 여전히 컨설트를 전화로만 해결하려 한다. 솔직히 화가 난다. 하지만 곧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들도 두렵겠지. 자기 가족, 동료에게 옮길까 봐 걱정될 테니까.’


이해하려 노력한다. 이해해야 버틸 수 있으니까.



퇴근 후엔 저녁을 간단히 먹고 일찍 눕는다. 요즘은 지치고 공허한 하루를 달래기 위해 노래를 자주 듣는다.


예전엔 CCM을 좋아했지만, 요즘은 단 하나의 가사가 마음에 남는다.


누군가 널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네.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며칠 전, PPE가 부족해 마일모아 게시판에 하소연하듯 글을 올렸을 때, 많은 분들이 자신이 쓸 마스크를 나눠주셨다. 그 따뜻한 마음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의료진이 끝까지 견딜 수 있는 힘은, 결국 종교나 이념이 아니라 ‘누군가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는 믿음’이 아닐까.



그날 받은 마스크 하나하나에 감사의 말을 다 전하지 못해 마음이 걸린다. “이게 나의 최선일까?” 하루종일 그런 고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는 또 그렇게 지나간다.


그래도,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


감정이 복받치는 저녁엔 연애편지를 쓰지 말라지만, 오늘은 그 말을 어기고 싶다.


이 글이, 당신의 마음에도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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