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퍼센트의 인연

스웨덴에서 온 메시지

by 참울타리

얼마 전 재미삼아 Ancestry DNA kit을 사서 유전자 분석을 해봤습니다.

그 결과, 일본계 유전자가 24퍼센트나 나온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죠.

데이터베이스가 업데이트된 후 다시 보니 90퍼센트 한국인으로 조정되었더군요.

그제야 안도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그럼 그렇지… ㅋㅋㅋ”


며칠 후, 뜻밖의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보낸 사람은 스웨덴에 사는 distant cousin.

저와 2퍼센트 정도의 DNA를 공유하는, 백 년 전 조상으로부터 이어진 먼 친척이었습니다.


그는 짧게 인사를 남겼습니다.


“저는 어릴 적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입양되었어요.

제 뿌리를 찾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다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한 문장에 담긴 생의 무게를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제 미국행을 도와준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 역시 한국에서 입양되어 미국에서 자란 입양인이었죠.

함께 지내면서 들은 이야기는 놀랍고도 슬펐습니다.


그는 자신이 정확한 생년월일도, 친부모의 이름도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입양 당시 기관이 남긴 기록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는 미혼모가 홀로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열정적으로 NGO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40~50대 한국인이라면 기억할 겁니다.

한때, 한국 아이들이 수천 명 단위로 해외로 입양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중 일부는, 평생을 자신의 뿌리를 찾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사실을요.



2퍼센트의 DNA.

유전적으로는 미세한 숫자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 백 년의 시간과 수많은 생의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그와 나는 아마 조선 말기쯤, 같은 한 사람의 후손이었을 겁니다.

한 명은 미국으로, 한 명은 스웨덴으로.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살아왔지만

결국 그가 제게 도착했다는 건, 어쩌면

세상이 그를 다시 연결해주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퍼센트의 연결이

서로의 마음을 잇는 따뜻한 유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그가 말했던 것처럼

“나의 뿌리를 찾는 여정”이 완성되는 날,

그 여정의 어딘가에

제가 작은 흔적으로 남아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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