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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자고 하면 가장 먼저 물러서는 사람들

by 참울타리

라이딩 모임을 오래 이끌다 보면 깨닫는다.

사람들은 함께하고 싶어 하지만, 이끌고 싶어하진 않는다.


나는 늘 분위기를 만들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준비했다.

라이딩 후에는 가끔 식사 자리를 만들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자전거 외의 모임도 주최했다.


“형님들, 저 너무 힘들어요. 이제 번갈아가며 한 달에 한 번씩 모임 어레인지 해요. 나이 적은 사람부터 하면 아랫 사람만 고생하니까 형님들부터 시작하면 어때요?“


그랬더니 가장 나이 많은 형님이 말했다.

“나는 그런 거 별로야. 그런 거 갑자기 시키면 어떻게 해.“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즐겁게 참여하던 사람들도

막상 책임이 생기면 한 발 물러난다.

‘네가 잘하잖아’라는 말 속에는

편안하게 누리고 싶다는 마음이 숨어 있다.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온 식당 말고 다른 데 가면 훨씬 싸게, 더 잘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럼 이번엔 형님이 한번 맡아보세요” 했더니,

“이번엔 좀 바빠서…”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날 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사람들은 현실적인 척하지만,

정작 현실을 감당하진 않는다.

비판은 쉽고, 헌신은 어렵다.



관계란, 결국 누군가의 에너지 위에서 유지되는 것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쉽게 말한다.

“그냥 하면 되잖아.”

하지만 진짜 중심에 서본 사람은 안다.

함께의 무게는 언제나 누군가의 어깨 위에 얹혀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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