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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님에게 배운 품격

진심은 값을 매길 수 없다는 걸

by 참울타리

한국에 계신 부모님을 뵙기 위해 저는 꽤 자주 귀국합니다.

락다운이 한창이던 시절에도 자가격리를 감수하면서 매번 한국을 찾았지요.


2020년도 일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자전거가 타고 싶어 공항까지 자전거를 포장해 가져왔는데,

정신없이 짐을 챙기다 그만 여권을 공항 카트 손잡이에 두고 온 것을

방역택시가 목적지에 거의 다다를 즈음에야 깨달았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택시 기사님께 사정을 말씀드리자,

아저씨는 안타까운 얼굴로 여러 군데 전화를 돌리셨습니다.

공항 분실물센터 직원에게 연락이 닿았고,

그분이 직접 제가 두고 온 카트를 찾아 확인해 주셨습니다.

다행히 여권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자가격리 중이라 직접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기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강남 나오는 손님 있을 때 찾아서 가져다드릴게요.”


그 한마디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저는 감사의 뜻으로 5만 원을 준비했습니다.

다음 날, 기사님은 약속대로 여권을 들고 오셨습니다.


현관 앞에서 여권을 받으며 준비해 둔 봉투를 내밀었지만,

기사님은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아니에요, 손님. 오는 길에 손님도 있었고,

일부러 돈 쓸 일도 없었어요.

그냥 다음에 또 이용해 주세요.”


그렇게 웃으며 돌아서는 기사님의 뒷모습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한국에 올 때마다 항상 그분께 라이드를 부탁드립니다.

조금 큰 밴이라 혼자 타기엔 과하긴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안심감이 더 컸습니다.


그날, 저는 부끄러움을 배웠습니다.

그분의 친절에 ‘5만 원의 값’을 매겼던 제 마음이.

하지만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진심 어린 친절에는 값을 매길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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