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벽, 신분의 벽, 그리고 생사의 벽
50대 후반의 남성, 특별한 지병 없이 건강하던 분이었다.
6월 초 코로나로 입원해 이제 두 달 가까이 병원에 계신다.
신부전으로 투석을 받고, 심부전까지 겹쳐
여전히 고농도의 산소 치료 없이는 숨을 쉬기 어렵다.
이미 가능한 치료는 모두 시행했다.
이제 더 악화되면 기관삽관 후 중환자실로 옮겨야 하는데,
그 경우는 대부분 돌아오지 못한다.
“집에 가고 싶다”는 환자분의 말이
마치 이별 인사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에게 현실적인 설명은
도무지 귀에 닿지 않는 듯했다.
영어가 능숙한 20대 초반 따님께 전화를 드렸다.
상황을 조심스럽게 설명하자 따님이 말했다.
“제 남동생도 20대인데 코로나로 삽관했지만 살아났어요.
아버지도 가능성이 있다면 기관삽관을 해 주세요.”
20대의 회복력과 50대의 몸은 다르다.
그 사실을 설명하고, 가족이 생각할 시간을 드렸다.
이 대화의 끝에서 나는 물었다.
“아버님은 왜 백신을 받지 않으셨나요?”
따님은 조용히 대답했다.
“불법체류 신분이라요.
백신 맞다가 신분 노출돼 추방될까봐… 무서워서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금은 누구나 신분증 없이 백신을 받을 수 있는 시기다.
하지만 정보의 벽과 공포는 여전히 이민자들을 옭아매고 있었다.
그 무지의 대가로, 한 사람이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다.
환자의 상태는 ECMO(체외심폐순환) 치료 적응증에 해당했다.
심장내과에 전화했지만, 우리 병원은 아직 장비를 운용하지 못했다.
인근 병원은 모두 보험이 없는 불법체류자 환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말로 답이 없었다.
만약 ECMO가 가능했다면 그는 살 수도 있었을까?
살아난다 해도 천문학적인 의료비와 신용불량이 기다릴 텐데…
그 모든 현실을 떠올리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백신만 맞았더라면,
그는 지금 병원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