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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Nov 23. 2023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인간이 된다는 것

심히 좋지 않은 상태였다, 하브독토 마지막 모임이 있던 날은. 해당 챕터 부분은 단 한 글자도 읽지 못했다. 독감으로 격리 중인 상태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정신 상태는 더더욱 말해 무엇하랴.


   아쉽지만 마지막 모임엔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다. 일단 책을 읽지 않았으니 좋은 하베르가 될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마지막이란 단어가 내 발목을 움켜쥔다. 마지막이니 그동안 고마웠던 분들에게 인사라도 해야 한다고.


   초췌하기 이를 데 없는 몰골과 몽롱한 정신으로 모임에 참여했다. 말하고 있지만,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제대로 뱉지는 못하는데, 정말 죄송하게도 깊이 있는 조원들의 나눔이 텅 빈 나를 채워준다. 끝날 때쯤엔 무언가가 가득 찬 기분이다.


   읽을수록 정말이지 이 책은 어렵고도 어려웠다. 마지막 모임에 이 책을 원어로 읽고 오신 분이 그러셨다. 이건 순도 100% 번역가의 잘못이었다고. 역시 출판사에 항의 메일을 보냈어야 하나 싶은데, 어쨌든 다른 책은 번역가가 다르다고 하니 일단 항의 메일은 잠시 넣어두려 한다.


   언젠가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이 모임을 통해, 또 다른 관계를 맺고,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 안에서 끊임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우리를 창조하신 이가 우리를 통해 이뤄가려는 공동체의 흔적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됐다.


   결국 인간이 된다는 것은, 애초에 우리를 창조하셨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닐까. 하나님과 교제하며, 서로 돕는 배필이 되어주던 그때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 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니었을까.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었을 때, 가장 먼저 깨어진 것이 바로 이 ‘관계’이다. 더 이상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없어, 하나님의 낯을 피해 숨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죄를 떠넘긴다. 그 안에서 관계는 깨어지고 찢어진다.  


   물론,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하브독토를 하는 이유는 어쩌면, 죄로 인해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올바른 관계 맺음을 배워가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책의 내용을 비록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모임 안에서 관계 맺음을 통해 우린 이미 많은 것을 이뤄냈을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나에게 너무 좋은 하베르가 되어주셨던 우리 조원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세 아이를 챙기랴, 가정과 교회에서 여러 가지 맡은 일을 감당하시랴 바쁘실 텐데도 우리 조를 멋지게 이끈 조장님 @이은영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사실 은영  님에게는 나 혼자만 만땅으로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 쓰고뱉다 기본반도 같이 했고, 동갑인 데다가, 남편의 직업도 같다 보니 더더욱 그렇다.


   같은 조가 되어 괜스레 반가웠는데, 엄청난 영도력(윤미나 님 표현을 빌리자면)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셨다. 거의 매주 우리는 토요일 아침이나 주일 저녁에 은영 님의 인도하에 미리 하브독토 모임을 하고, 화요일 모임에 참여했었다. 모임이 두 번이 되니, 깨닫는 은혜는 4배 그 이상이었다.


   육아휴직 중이심에도 우리 중 가장 바쁘셨던 @윤미나 님. 나라면 하나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을 텐데 미나 님은 정말이지 멀티플레이어 그 자체였다. 심지어 화요일에 하는 하브독토 전체 모임 인도도 맡아서 하셨는데, 매끄러운 진행 실력과 핵심을 짚어서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이를 데 없을 정도였다.


   뒤늦게 합류했지만, 그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우리 조의 중심을 이루는 분은 바로 @이종연 님이셨다. 언제나 날카로운 질문으로 우리에게 한 번 더 생각하고, 돌아보는 기회를 주곤 했다. 우리의 모임이 이토록 풍성할 수 있었던 건, 종연 님의 질문 때문이었으리라.   


   글에서는 언급하지 못했으나, 지난 9주 동안 모임을 함께해 준 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특히 매번 줌 모임을 만들고, 열고, 자주 인도를 맡았던, @김남선 님께도 고생 많으셨다고 감사한다고 인사를 드리고 싶다.


   비록 이번 모임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한 번 맺은 이 ‘관계’는 끊어지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부디 보시기에 심히 좋은, 그런 인간이 되는 그날까지 쭉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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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의글쓰기시즌2

#여든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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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독토_마지막모임후기

#로완윌리암스

#인간이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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