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야 잘 살죠 (1)
옛날 옛날에, 말숙이가 한국어 강사로 일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말숙이는 한국어를 1도 모르는 아이에게 줄, 한국어 학급 신청서를 뽑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아이에게 손짓, 발짓으로 대략적인 설명을 하고, 신청서를 건넸어요. 아이를 데리고 수업에 들어가려는 찰나였어요.
갑자기 지 부장이 한국어 교실 문을 부숴버릴 듯이 밀고 들어와요. 얼굴이 벌건 게, 심상치 않아요. 말숙이가 또 무엇을 잘못한 걸까요, 괜히 어깨가 움츠러들어요.
“고말숙 강사님, 어디 가서 우리 학교 소문내고 다녀요? 우리 학교 한국어 학급 있다고, 여기 한국어 잘 가르친다고요?”
“네? 제가요? 아니요. 그런 적 없는...”
“그런데 애들이 도대체 어떻게 알고 우리 학교로만 전학을 옵니까? 우리 학교가 브로커들한테 소문이 파다하대요. 한국어 잘 가르친다고, 한국어 학급 운영 잘한다고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
지금 선생님들이고 부장님들이고 다 열 받은 거 압니까?
외국 애들만 꾸역꾸역 밀려와서 어쩌라고, 나 참.
교장 선생님께서 화가 많이 나셨어요.
내년엔 우리 학교
한국어 학급 신청 안 할 겁니다.
그렇게 알고 계세요.”
지 부장이 문을 쾅 닫고 나가는 소리에 말숙이 심장도 덜컹 내려앉는 거 같아요. 한국어 학급이 없어지면, 한국어 강사인 말숙이도 잘리는 거예요. 매년 공고를 통해 이 학교에 지원하고, 계약을 다시 하곤 했지만, 그래도 이 학교에서 보낸 세월이 있는데... 말숙이는 잘한다고 잘릴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래요. 요즘 들어 말숙이네 학교에 일주일이 멀다고 전학생이 왔어요. 한국어를 1도 모르는 외국인 친구들로 만요. 가뜩이나 한국어 학급 아이들이 늘어서 힘든데, 계속 아이들이 전학을 오니, 말숙이도 죽을 맛이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소문을 듣고 온다니요. 그것도 브로커들 사이에서 말숙이가 한국어를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났다니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말숙이는 어쩐지 자기의 노력이 인정받는 거 같아 기쁘다가도 당장 내년에 잘릴 생각을 하니 우울해졌어요.
처음에 이 학교에 왔을 때, 지 부장이 말숙이에게 대놓고 그랬어요. 옆 학교는 공고도 늦게 올렸는데 거긴 힌디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자를 구했다고요. 고말숙 강사님은 할 줄 아는 외국어가 있냐고, 힌디어를 좀 배워야 하지 않겠냐고 핀잔을 주곤 했어요.
말숙이는 힌디어를 할 줄 모르니, 그만큼 더 열심히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어요. 그랬을 뿐인데, 한국어를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나서 아이들이 몰려드니, 너를 자르겠다는 말만 돌려받았어요.
띨띨한 말숙이는 그제야 깨달았어요. 잘하면 잘린다는 걸 말이죠. 앞 학교 강사, 열희 쌤이 그래서 애들을 대충대충 가르친 거였어요. 열희 쌤은 그 학교 만년 붙박이 강사였거든요.
당장 내년을 걱정해야 하는 말숙이는 이제야 다짐해 봐요. 아껴야겠다고, 나의 능력을 한없이 아껴야겠다고 말이죠. 그래야 잘리지 않고 잘 살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도 잊지 마세요, 잘하면 잘리는 거예요, 그러니 꼭 아끼세요. 여러분의 능력을 말이죠. 오늘의 동화 끝.
내일은 ‘쓰는 인간’ 님의 잔혹동화가 연재됩니다.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