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전거 탄 달팽이 Sep 11. 2023

활자가 그려주는 드라마의 세계

내가 대본집을 읽는 이유

요즘 인터넷 서점에서 ‘대본집’을 검색하면 꽤 많은 대본집이 검색된다. 사람들이 ‘굿즈’를 사는 개념으로 대본집을 구매해서 그런지, 몇 년이 지난 드라마의 대본이 대본집으로 출간되는 경우도 많다.


   나는 이 유행(?)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본집을 읽었다. 사실 거의 드라마를 보지 않고 대본집만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창 대본을 읽던 그 시절에는 아예 영화 시나리오와 드라마 대본집을 모아놓고 누구든지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홈페이지도 있었다. 그때 다운로드하여 놓은 대본들은 여전히 내 컴퓨터 한 귀퉁이에 저장되어 있다.


   무료로 제공되던 대본 파일은 어느 순간 한 회당 200원 정도의 값을 지불하게 됐다. 그럼에도 대본 파일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고, 대본집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요즘은 대본집을 사서 책장 여기저기에 꽂아두고 있다. 물론 내가 애용하는 ‘밀리의 서재’에 제공되는 대본집은 되도록 거기서 읽고 끝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 나는 왜 이리 대본집만 찾아 읽게 된 것일까? 처음엔 시간 절약 차원에서 접근했었다. 예전엔 드라마를 다시 보려면 꼭 재방송 시간에 맞추어 TV를 틀어야 했었다. 어쩌다가 보고 싶은 드라마 두 개의 방송 시간이 겹치면 하나는 본방송으로 하나는 재방송으로 봐야 했는데, 어느 순간, 대본이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그저 대본으로만 읽기 시작했다. 책 읽는 속도가 남들보다 아주 조금 빠르다 보니 드라마 보는 시간보다 대본 읽는 시간이 훨씬 적게 걸렸다. 게다가 대본은 저장해 두고 언제나 다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 대본 형식은 나에게 익숙한 형태의 글이었다. 어렸을 적 엄마를 따라 주일 저녁 예배, 수요예배, 금요 철야를 모두 따라다닌 나는, 예배에 들어가지 않고 어느 순간 혼자서 교회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이 ‘절기 인형극 대본’, ‘성극 대본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드라마 대본을 접했을 때, 전혀 낯설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대본집의 또 다른 매력은 다소 마음에 들지 않는 배우를 내 마음대로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드라마들의 대부분은 꼭 마음에 들지 않는 배우가 한두 명 포진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대본집을 읽으면 내 마음에 드는 배우를, 적당한 역할에 캐스팅해서 상상하며 읽을 수 있기에 매력적이다. 때론 너무너무 사랑했던 드라마였지만, 주연배우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구설에 휘말리게 될 경우, 드라마 자체를 다시 볼 수 없을 때도 이 대본집은 참 유용하다.


   또한 대본집은 읽는 이의 감정을 극대화하기도, 절제시키기도 한다. 너무 슬퍼서 울음바다를 만드는 드라마들의 경우, 대본집으로 읽으면 울음바다 정도는 아니고, 울음 냇물 정도에서 그칠 수 있다. 활자로 한 번 걸러진 채,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때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드라마에서는 다소 흘려보낼 수 있는 내레이션들이 활자를 통해 좀 더 세밀한 속삭임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본집의 매력은 대사에 있다. 영상화된 드라마에서는 매 장면들이 조명, 카메라 앵글, 배우의 표정 등등과 함께 제시되다 보니 대사를 다소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대본집을 읽다 보면 대사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미처 영상으로는 다 표현되지 못한 어떤 묵직한 울림을 느낄 때가 많다.


   예전에 서너 개의 대본집 리뷰를 올리긴 했지만, 이 글을 통해 앞으론 좀 더 많은 대본집 리뷰로 여러분을 찾아가려 한다. 최근에는 영화 각본집이나, 뮤지컬 대본집도 책으로 출판되는 분위기라, 조금 더 다양한 대본집이나 각본집을 읽고 여러분께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활자들이 그려주는 드라마 속으로 함께 Go! Go! Go!


추신: 대본집 리뷰는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에 연재됩니다.

우리집 책장에 쌓여있는, 다소 두서없는 대본집들^^%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일곱번째

#Ah-choo(아주)_잘쓰조

#대본집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 불편한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