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간식_초콜릿 바
2020년 10월 23일, 오후 8시 59분
지각하는 택시 안,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고요했다. 모든 것이 황폐해진 모래사막에 혼자 남아있다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싶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일하는 동안은 오히려 마음이 차분했다. 이미 많은 것이 어그러져있는 하루. 잔뜩 구겨진 도화지에 주름이 몇 개 더 진다 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 밥 먹을 시간이 따로 없었다. 그만큼 치열하고 바쁜 곳이었고 중간중간의 틈마다 찾은 건 초콜릿이었다. 작고, 간단하고, 적당히 힘을 주는 간식. 지금도 엄청 예민한 때에는 초콜릿이 먼저 생각난다. 감정이 뚝뚝 끊긴 사이를 채워주는 이음매 같은 음식이다. 매운 음식처럼 아프지 않고 포근하게 안아주는.
일하다 배고파지면 첫 직장에서의 시간들이 생각난다. 내게 있어 배고픔은 귀찮음의 상징이기도, 반대로 바쁨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루 중 가장 밝은 때에 일을 시작해, 어둑해진 하늘을 배경으로 주린 배를 느끼면 내 하루가 이만큼 빠르고 여유 없이 지나갔구나 싶다. 오늘은 황폐함의 상징이 되었지만.
배고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온 집. 주말을 앞두고 맥주도 사 오고 삼겹살도 구우려는 엄마를 기다리기 힘들어 잔뜩 쌓여있는 작은 초콜릿 과자를 꺼내먹었다. 바사삭하고 부서지는 과자를 둘러싼 아릴 정도로 단 밀크 초콜릿이 순식간에 녹아 없어진다.
어긋남이 무한 반복되며 생긴 틈이 많다. 근사한 저녁을 기다리는 순간조차도 사실상 틈이다. 채워지지 못하고 남아있으면 다음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을 그런 틈. 부드러운 단 맛으로 사이를 꼼꼼하게 채운다.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건널목을 만든다. 다시 비슷한 하루가 반복될 때 내가 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