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후식_멜론맛 아이스크림
2020년 10월 24일, 오후 10시 14분
주말 출근. 주말에 일한다는 자체가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굳이 찾아보자면 여유롭다는 것. 평일보다는 덜 급박하고 더 느긋하다. 출근을 준비하는 손길도 차분하고, 버스를 타러 갈 때도 달리지 않는다. 바쁨 속에 숨어있는 느릿함을 찾아내는 시간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온통 기억하고 싶은 끼니들 투성이다. 햇빛은 따가운데, 스산한 바람의 냉기가 작렬하는 계절에 갇혀 버틸 수 있게 해 준 오늘 아침의 약간 어설픈 프렌치토스트. 시원한 국물과 마지막에 볶음밥이 정말 맛있었던 저녁의 갑오징어 전골. 중간에 추워도 포기할 수 없었던 얼음이 잔뜩 들어간 바닐라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헤이즐넛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음식 각각에 담긴 이야기가 소중하다.
그렇지만 오늘 기록할 음식은 맨 마지막을 장식한 멜론맛 아이스크림. 어느 순간 멜론맛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그 아이스크림이다. 제 빛깔처럼 부드러운 식감에 입 안에 넣으면 금방 사르르 녹아 사라져 버린다. 먹고 나면 어쩐지 아쉬워 하나 더 꺼내먹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아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큰 불만 없이 손에 쥘 수 있는 맛.
오늘 엄마가 도시로 올라와 '어른'의 생활을 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봤다. 함께 본 이는 엄마. 언제나처럼 팝콘을 나눠먹지 못했지만, 팔을 쭉 뻗어 손만 함께 잡은 후 그 시간을 공유했다. 갑오징어 전골은 그 후에 먹었다. 모든 관계가 그렇겠지만 말하지 않고 얼려둔 작은 조각들이 뭉쳐 단단해지고 커지면 걷잡을 수 없다. 최근에 난 이 얼음을 발견했고, 생각보다 오랫동안 굳어있었음을 깨달았다. 맥주를 나눠마시며 속에 있던 얼음을 꺼내보였고, 뜨끈한 전골 국물 속에 얼음이 사르르 녹아 없어졌다. 단단한 얼음 뒤로 보인 것은 말랑한 속살. 만약 얼음이 그대로 깨졌다면 파편이 날카로워 더 큰 상처를 받았겠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잔뜩 담았다. 난방 온도를 조금 올리고, 노트북 앞에 앉아 오늘 하루를 정리하며 천천히 멜론맛 아이스크림을 녹여먹는다. 차가움이란 약간의 온기만 있어도 이렇게 녹아 없어지는 걸. 내일은 하루 종일 이불속에만 있어야지. 아직 어딘가에 남아있을지 모를 얼음 조각을 녹여내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