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간식_호떡
2020년 10월 21일, 오후 8시 6분
휘어진 달이 참 예쁜 날이었다. 어제저녁부터 유독 크고 예쁘다 생각했는데, 오늘 퇴근할 준비를 하다 창고에서 스치듯 본 창문에서 만난 달이 인상 깊었다. 집 앞에서 남이 제대로 끄지 않고 바닥에 버린 꽁초를 발끝으로 지져 끄면서도. 웃는 게 참 예쁜 달이라고 생각했다. 저 하늘의 미소를 내 얼굴에 가져오고 싶을 만큼 크고 환한.
사실 내가 하는 일은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 매일 다른 일이 터진다. 엄청 큰 소리를 질렀다가 깔깔거리며 웃었다가. 감동받았다가 걷잡을 수 없는 화가 나다가. 다양한 감정이 하루에 오간다. 오늘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다 지난 자리에는 왜인지 모를 쓸쓸함이 남았다. 슬슬 초겨울로 갈 준비 중인 늦가을 바람이 스쳐가는 곳이 으레 그렇듯.
집으로 가는 길, 시장을 지나치는 데 호떡을 보고 말았다.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음식. 보자마자 떠오르는 익숙한 맛에 구미가 당겼다. 요즘 빠진 테이블 매트를 새로 구입하고, 귀여운 곰돌이 모양의 발매트도 구입해 돌돌 말아 가방에 넣은 후 손목에 호떡을 달랑거리며 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설탕이 녹아 뜨거운 꿀처럼 흐르고, 중간중간 견과류가 씹히는 속을 담고 있는 쫀득한 반죽. 그냥 들고 먹어도 맛있지만, 종이컵에 반 접어 넣어 먹으면 어쩐지 맛이 배가 되는 듯하다.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전에 티브이 앞에 철퍼덕 앉아 편하게 씹어 넘길수록 오늘 봤던 달이 떠오른다.
둥글게 퍼진 초록빛 호떡을 먹고 있으니 보름달을 베어 물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럼 지금 달을 삼키는 중인가? 달나라에 갈 수는 없어도 달을 먹을 수는 있네. 달토끼처럼 달에 놀러 가 펄쩍 뛰고 싶다. 하루하루 내 안에 조금씩 쌓이는 쓸쓸함을 다 뱉어내고 싶다. 호떡을 둘러싼 기름기와 흘러내린 꿀에 손이 끈적하다. 달 삼키도 쉽지 않네, 실없는 웃음도 함께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