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간식_티라미수 찹쌀떡
2020년 10월 11일, 오후 8시 52분
손가락 끝에 매달린 봉숭아 물이 위태롭다. 엄마랑 같이 서로의 손에 봉숭아를 올려놓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희미해져 가는 주홍빛이 못내 아쉽다. 시간의 흐름이 손끝에서 피어나는 순간. 조금 더 오래 머물러주면 좋겠는데.
대략 이 년의 시간 동안 일정 주기로 주말에 출근해왔는데, 여전히 몸은 적응하지 못했다. 몰려드는 피로감에 예상보다 일찍 든 잠자리는 이른 기상으로 이어졌다. 더 자려고 눈을 감아봤자 소용없는 일이기에 그냥 멍하니 핸드폰이나 바라봤다. 조금 게을러도 괜찮은 일요일이니까.
하루 종일 이것저것 많은 음식을 먹었지만, 기록하고 싶은 건 마지막에 먹은 간식. 바로 어제 친구한테 받은 티라미수 찹쌀떡. 찹쌀떡의 쫀득함에 티라미수 특유의 씁스름한 가루와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이 섞여 함께 마신 빙홍차의 맛을 묻어버린다. 순식간에 모든 맛을 이방인으로 만들어버리는 달콤함.
오늘은 어쩐지 내가 내 삶의 이방인이 된 것만 같았다. 지금 이 하루를 살고 있는 건 내가 맞는데, 어쩐지 이질감이 들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거리감을 느꼈다. 앞으로 크리스마스까지 올해에 남은 공휴일이 없다는데. 휴일이 다 지나가고 다시 바빠질 나와 오늘의 한가함이 나를 이방인으로 만든 걸까? 갑작스럽게 잃어버린 하루의 길이 어지럽다.
결국 하나만 먹고 남은 하나는 다시 냉동실로 돌려보냈다. 다음에는 이 찹쌀떡의 달콤함과 함께 입 안을 산책할 수 있는 커피와 먹어야지. 나를 순식간에 걷고 있던 길에서 벗어난 건, 밀쳐진 게 아니라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함이라고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