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새로운 익숙함

오늘의 한 끼_곱도리탕과 대창 덮밥

by 여느진

2020년 10월 31일, 오후 5시 9분


잘 먹고 다니자, 스스로에게 약속과 다짐을 했지만 오늘은 시리얼 조금과 커피 한 잔만 대충 넣고 튀어나와야 했다. 꿈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해 눈을 떴다가 나도 모르게 감기를 몇 번, 그러다 보니 나갈 시간이 다 되었다. 결국 택시 타고 떠나는 주말의 여정. 도착지가 직장이 아니라면 더 좋았을 만큼 날씨가 좋았다.


오늘이 지나면 잠깐의 여유가 허락되어서 일까, 아니면 야속할 만큼 좋은 날씨의 여파일까. 일을 하는데 마음이 살짝 들떴다. 배고프고 정신없는 틈새로 시간이 빠져나갔다.


아는 동생과 만나 각자의 할 일을 하기로 했다. 늘 마라탕을 먹는 일이 정해진 수순이었는데, 오늘은 다른 메뉴를 먹기로 했다. 곱도리탕과 대창 덮밥. 사실 곱도리탕은 집에서도 자주 시켜먹었던 음식이라 익숙한데, 대창 덮밥은 처음으로 먹어보는 음식이라 설렜다. 음식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모든 새로움은 종종 설렘을 동반하는 법이니까.


닭볶음탕에 곱창이 더해진 곱도리탕은 닭볶음탕 특유의 달큼한 매운 양념과 조금 느끼할 수 있는 곱창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익숙한 맛에 새로운 식감이 더해진 것만으로도 이전과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낸다. 어쩌면 새로움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퍽퍽한 살코기와 곱창의 말캉함이 동시에 만들어내는 기이한 식감, 그리고 그 사이를 꼼꼼하게 메우는 익숙한 양념의 맛. 익숙하면서도 다른 것을 찾아 나서는 모순적인 내가 음식이 되면 이런 모습 아닐까, 생각했다.


퍽퍽한 식감을 좋아하는 나. 닭고기를 남들과 나눠 먹을 때 걱정이 없었다. 대게 사람들은 다리와 날개, 부드러운 살을 좋아하니까. 그런데 오늘 만난 동생은 나와 비슷한 취향을 지니고 있었다.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이런 취향이 통할 때면 이상한 기쁨이 찾아온다. 마치 나의 취향에 정당성을 부여받는 듯한. 그래도 다음부터는 같이 닭고기를 먹지 말자고 했다.


대창 덮밥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짭조름하고 달달한 간장 소스에 졸여진 듯한 대창을 밥 위에 올리고, 그 위에 고추냉이를 조금 올려먹으니 느끼한 기름과 알싸함, 달콤함이 한 곳에 섞여 환상적인 맛의 중창을 만들어냈다. 마라탕을 알려준 동생에게 또 새로운 맛을 배웠다. 어딘가에서 분명 먹어본 것 같은데 익숙하진 않은 그런 새로움.


컵을 사러 들어간 소품샵에서 계획에도 없던 스티커 같은 잡다한 것들을 잔뜩 사고, 남동생의 선물까지 손에 쥐고 나왔다. 새로 장만하려던 하얀색 에코백이 마음에 쏙 들어서 샘플을 그냥 구매하기도 했다. 이 물건들도 나에게 스며들어 곧 익숙한 내 일부가 될 테다. 익숙해질수록 설렘은 사라지고, 새로움은 잃겠지만. 카페에 들어와 각자의 노트북을 펼쳐놓고 바쁘게 타자를 내려치는 지금. 이 카페도 처음엔 새로웠지만, 지금은 익숙한 곳이지. 결국 새로움은 익숙함을 위한 과정. 아직 남은 오늘은, 내일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새로움이 어떤 익숙함이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