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세 가지 맛 치킨과 맥주
2020년 10월 30일, 오후 8시 32분
출근길, 내려서 조금 걸어야 하는 버스를 탔다. 내리자마자 바로 직장이 보이는 정류장이 아닌, 내리면 꽃집이 보이는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때 눈에 띈 소국 꽃다발들. 홀린 듯 다가가 엄마를 위한 보랏빛 소국 한 다발을 구매했다. 햇살은 기분 좋게 내리쬐고, 바람은 살랑거렸다. 일전에 프로젝트에 참가해 리워드로 받은 작은 천가방을 어깨에 달랑거리며 한 손에 꽃을 들고 일터로 가는 발걸음. 출근길의 작은 낭만이었다.
하루 종일 애인에게 받은 것이냐는 질문을 들었고, 엄마를 위해 산 거라는 답변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받는 게 귀찮지 않았다. 저녁에 뭐 먹을지 추천을 받다가 치킨은 어떠냐는 말을 들었고, 그 순간 오늘 치맥 하고 싶다는 어제 흘리듯 지나친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엄마에게 오늘 치맥 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농담조로 일하다 힘들면 엄마 보고 싶다고 자주 말한다. 그러다 보면 진짜 엄마가 보고 싶어 진다. 바로 밑에 치킨집이 있어 가끔 진하게 창문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치킨 냄새가 오늘도 스쳐 지나갔고, 퇴근길에는 바람에 흔들리며 소국의 은은한 냄새가 스쳐 지나갔다. 모두가 오늘의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냄새.
오늘의 치킨은 세 가지 맛 치킨. 하나는 정석 중의 정석, 후라이드 치킨. 하나는 간장 마늘 치킨. 하나는 할라피뇨가 첨가된 마요 소스를 입은 치킨. 잠시 씻고 나온 사이 접시에 놓인 작게 잘린 치킨 조각들이 나를 반긴다. 여기에 맥주를 마시는데 기분이 묘했다. 티브이에 나오는 별놀이 명소를 보며 나중에 세상이 더 잠잠해지면 가보자고 말하는 엄마의 말도.
세 가지 맛 치킨은 전부 성공적이었다. 후라이드 튀김옷은 바삭했고, 간장 마늘 치킨은 짭조름했고, 할라피뇨가 살짝 씹히는 마요 치킨은 눅진한 튀김옷이 새콤함과 매콤함을 동시에 내뿜었다. 중간중간 맥주를 마시며 입 안에 감도는 기름기를 없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안에 쌓여있던 하루의 묵은 것들도 같이.
다 먹고, 엄마는 내가 준 꽃다발을 갈무리해 넣었다. 밖에서는 은은하다 생각했는데, 마스크를 벗고 맡는 향이 짙어 놀랐다. 순식간에 방 안이 전부 소국의 향기로 가득했다. 마음에도 냄새가 난다면 오늘은 치킨과 소국의 향기가 아닐까. 엄마를 향한 나의 애정과, 나를 향한 엄마의 애정이 모두 코 끝으로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