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새우 알리오 올리오
2020년 10월 28일, 오후 12시 46분
일주일의 중간 지점에 섰다. 무언가의 중턱에 왔다는 건 제법 익숙해졌다는 뜻. 피로의 무게감도, 월요일에 어딘가에 찧이고 까져 생긴 오른손 중지의 상처의 아릿함도 모두 익숙해졌다. 이렇게 익숙해진 한 주, 한 주들이 모여 내 나이가 되어가는 거겠지.
요즘의 내가 얻은 또 하나의 익숙함은 바쁘니까 더 잘 챙겨 먹자는 마음. 나를 조금 더 챙기자는 마음. 바쁨에 치여 나를 뒤로 미루던 습관을 하나씩 버리고 있다. 이렇게 나는 내 일상에 적응하고 있다.
평소처럼 얼음을 잔뜩 넣은 커피를 휘저으며 물만두 넣은 라면을 먹을까, 알리오 올리오를 해 먹을까 고민했다. 시간도 조금 촉박하고, 귀찮기도 해서 그냥 라면을 끓이려고 냄비에 물을 올렸다가 충동적으로 파스타면을 넣었다. 나를 좀 더 신경 쓰고 싶은 마음도 한 스푼 넣었다. 사실 알리오 올리오는 처음이었지만, 지난 파스타들의 결과가 나쁘지 않았으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모든 재료가 탔다. 동생이 보더니 야끼소바냐고 물어봤다. 친구한테 보내줬는데 볶음면인 줄 알았다고 했다. 다른 분은 짜장면인 줄 알았다고 했다. 맛도 보이는 그대로 탄 맛이 났다. 새로운 맛이라고 생각하며 먹으려 했지만, 다 넘기지 못했다. 새우만 맛있게 건져먹고, 나머지는 욱여넣었다. 결국 파스타를 채 다 비우지 못하고 요거트에 시리얼을 넣어 먹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쁘지 않은 식사였다. 끝만 좋으면 되는 거지, 나를 위로했다.
출근 전, 볼일 보러 우체국 가는 길에 내리쬐는 햇빛이 강렬했다. 두터운 니트 사이로 살금살금 배어 나오는 땀에 조금 더부룩했던 속도 같이 녹아내렸다. 우체국은 대기하는 사람이 많았고, 덕분에 택시를 타야 했다. 택시 기사님이 유쾌하셨다. 오늘 하루는 정말 바빴다. 중간에 웃는 순간이 소중했다.
실패와 그에 따른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번갈아 나온 오늘. 실패가 있으니 그 뒤에 따르는 것이 더 빛났다. 없었으면 아마 이 정도로 기쁘진 않았을 테다. 그리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배웠다. 불 조절을 더 잘하면 되는 거지. 기름 튀는 게 무서워 계란 프라이도 호들갑 떨던 내가 오일 파스타에 도전하다니, 이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다 타버리고, 쓴 맛에 더부룩함을 줬지만 그래도 알리오 올리오. 오늘 하루도, 잘 적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