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짜장볶이와 맥반석 계란
2020년 9월 9일, 오전 12시
오늘이 시작되자마자 먹은 한 끼. 엄밀히 말하자면 어제의 야식. 이상하게 요즘은 배가 불러도 뭔가 더 입에 넣고 싶다. 입이 짧은 편인 내가 아주 가끔 겪는 식탐의 시기. 저녁을 먹고 배가 충분히 불렀는데도 입이 심심했다. 이럴 때 나는 내 식욕이 원하는 대로 맞춰준다.
최근 생긴 습관인데, 맛있는 가공식품은 한 박스씩 구매해둔다. 천생이 집순이인 내가 주말에 혹시나 이 맛있는 간식이 불러 밖으로 나가야 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오늘같이 갑작스러운 부름에 즉시 응답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래서 간식 상자를 보면 내가 요즘 뭐에 꽂혔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중 컵라면은 빠지지 않고 늘 자리 잡고 있다.
라면의 다양한 맛은 질릴 틈이 없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라면 말고 밥 먹으라 잔소리하지만, 정작 나는 라면의 매력에 빠져 자주 찾는다. 봉지라면은 치즈를 올려먹는 라면이 최고로 좋고, 컵라면은 보통 볶음류를 많이 찾는다. 물을 정말 탈탈 털어 뻑뻑한 식감을 만들어 먹는 편이다. 매콤하면 더 최고다.
오늘의 라면도 역시 굉장히 퍽퍽했다. 가끔 양념이 뭉쳐있는 부분의 촉촉함이 더 두드러진다. 여기에 맥반석 계란까지. 치킨에서 퍽퍽 살을 더 선호하는 내 취향이 그대로 담긴 야식이자 오늘의 첫끼.
퍽퍽한 식감을 왜 좋아해? 목 막히잖아.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퍽퍽함에 목이 확 막힐 때 음료를 마시고 느껴지는 시원함이 좋다고 대답한다. 답답함이 쌓이면 고통을 주지만, 대신 그 후에 오는 시원함도 배가 된다. 나는 과거의 내가 겪었던 고통이 현재의 단단한 부분이 되었듯, 현재의 고통이 미래의 또 다른 내가 돼줄 거라 믿는다. 입 안에 퍽퍽함을 밀어 넣으며 다음에 올 시원한 음료를 기다리는 거다. 그게 퍽퍽함의 매력이다. 미래를 더 빛나게 만들어주는 매력.
결국 오늘의 첫 끼니가 오늘의 피곤함을 만들었다. 속이 더부룩해 늦게 잠이 든 탓이다. 대신 퇴근 후 누워 짧게 스르륵 잠드는 꿀 같은 틈을 얻었다. 갓 샤워하고 나와 요즘 빠져있는 바디로션의 향에 둘러싸여 눈을 감아 즐기는. 퍽퍽함이 선물해준 즐거운 하루의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