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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느 한끼

동그란 하루의 시작

오늘의 한 끼_밤빵

by 여느진

2020년 9월 10일, 오전 11시 32분


간식 같아 보이겠지만 정말 한 끼 맞다. 출근 직전에 영양제나 약을 먹어야 해서 뭐라도 입에 넣어야 하는데, 제대로 된 밥을 먹기엔 내 식사 속도가 너무 느리다. 그리고 보통 출근 전의 시간은 아주 소량으로 주어진다. 그래서 라테 한 잔만 마시거나, 음료와 함께 빵이나 샐러드 종류로 가볍게 배를 채운다.


이 작고 동글동글한 밤빵은 요즘 꽂힌 메뉴. 여기에 나 같은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을 위해 나온 유당 분해 우유 한 팩을 곁들이면 최고의 조합이 된다. 하나는 너무 적고, 세 개는 너무 많아 두 개가 딱 적정량이다.


잠에 드는 것도, 잠에서 벗어나는 것도 힘든 난 매일의 시작이 곤욕이다. 잔뜩 예민하고 날카로워져 나 스스로가 베이기 십상이다. 이럴 때 둥그런 빵을 보고 한 입 씹어내면 조금씩 모서리가 매끄러워진다. 귀여운 모습으로 은은한 달콤함을 뱉어내는 갈색빛을 보면 회색빛이 조금은 밝아진다. 약간의 퍽퍽함을 감내하고 우유를 마시면서 나를 위한 적응시간을 준다. 사회로 들어가기 위한 짧은 준비운동.


동그랗게, 동그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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