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섯 번째 질문

20201121

by 여느진

Q. 영화 <기생충>에 '선을 넘는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타인이 넘지 않았으면 하는 나만의 '선'은 무엇인가요?

A.

예의 없는 언행. 이 '예의 없다'에는 여러 가지 표현들이 들어가는데, 사생활을 과하게 침범하는 질문, 농담이라고 던진 정말 말 그대로 예의 없는 언행들, 차별적인 언어들, 시국에 맞지 않는 행동들. 모두 내게 있어서 예의 없는 언행들이다. 이런 말을 듣는 순간 상대에 대한 호감이 확 사라진다. 오히려 가벼운 욕설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난 소수의 인간관계에 집중하는 편이다. 낯선 사람과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깊게 유지하지는 않는다. 마음이 가는 몇 사람 하고만 연락을 이어가고, 먼저 만남을 제안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연예인도 그렇고, 취미도 그렇고, 한 번 빠지면 한 번에 와다다 쏟아내 버리는 편이라 자제하려는 날 위한 노력이자 방어책이다.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하다 보니 자연히 그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커져서, 위에 언급한 내 선을 넘는 언행을 보면 마음이 몇 배로 안 좋다. 특히 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 부분에 대해 더 민감하다. 내 기준을 넘어갈 것 같으면 스트레스받기 싫어서, 그리고 나 역시 결함이 있고, 그 사람에게 멋대로 기대하고 실망하는 것 또한 예의 없는 행동임을 알기에 그냥 일정 기간 잠수 탄다. 연락의 빈도를 줄이거나 미리 양해를 구하고 연락을 아예 안 하거나.


누군가의 선을 넘고 싶지도, 그리고 누군가 내 선을 넘는 걸 원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걸 지키기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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