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글 앞머리

오늘의 눈 맞춤

by 여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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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22일, 오후 4시 14분


지난 토요일, 반쯤 충동적으로 머리를 자르고 파마를 했다. 앞머리도 같이 볶은 건 약간의 로망과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이 불러낸 충동이었겠지. 유독 튀어나온 오른쪽 앞머리만 아니었다면 마음에 쏙 들었을지도 모를 충동의 결과물.


성인이 되고 머리 길이가 쇄골을 넘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미용실에서 머리가 숭덩 잘릴 때도 익숙한 기분이었다. 나름대로 꽤 길게 머리를 길렀다. 쇄골을 가뿐히 넘고, 이전부터 나를 알던 이들은 머리 길이에 놀랐고, 머리를 묶는 것이 일상이 됐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 늘 이상한 어색함이 있었다. 정돈되지 않아 엉망인, 턱 부근에서 달랑이는 머리를 미용실 거울 속으로 바라봤을 때도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 아늑함을 느꼈다.


지루한 파마의 과정을 지나 거울에서 마주친 나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당황스럽고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머리는 어차피 자라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귀엽다는 주변인의 말과, 스스로에게 되뇐 최면의 말들이 오늘 아침 머리를 감으며 같이 씻겨 내려갔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웃음이 만들어낸 바람도 그 말들을 스쳐 지나가게 했다.


평소에 거울을 많이 보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은 계속 거울을 보게 됐다. 손으로 머리를 괜히 정돈하고, 바깥으로 솟아있는 앞머리 끝을 꾹 눌러보기도 하고. 아주 오랜만에 앞머리와 많은 눈 맞춤을 했다. 시간이 만져줄 모양임을 알면서도 괜히.


덕분에 오랜만에 핸드폰에 담긴 내 얼굴들. 조금은 지치는 하루 끝, 사진을 톺아보는 역시 눈은 또 앞머리에 가있다. 내일은 조금 더 내려가 주면 좋겠다.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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