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감기
2021년 5월 29일
하루 종일 잠이 쏟아졌다. 늦게 일어나서 멍한 상태로 식사를 하고 금방 또 잠에 들었고, 그렇게 저녁과 밤 사이의 시간에 일어나 또 식사를 하고 금방 쪽잠에 빠졌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계산하라고 하면 도출되는 결과가 잠 밖에 없다. 그리고 역시 학원을 빼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날에는 종종 한 게 없다고 자괴감에 빠지곤 했었는데, 이젠 제법 덤덤해졌다. 바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었는데, 이젠 이런 하루에 익숙해졌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마음에 여유가 더 생긴 건 확실하다. 나를 조금 놓아줄 수 있게 됐다. 내가 나를 쥐 잡듯 몰아세운다 해도 스트레스만 남을 뿐이란 걸 너무 잘 알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면 하는 말들이 있는데, '너는 진짜 일반 사무직이랑은 안 어울려', '너였으면 우리 회사 일주일 만에 때려치웠을 걸?' 같은. 정리하면 나는 좀 자유로운 영혼 같다는 말들. 그런가? 하고 의구심을 품다가 요즘 내 생활을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남이 보는 내가 더 정확한 법이니까. 그니까 이런 내게 자유를 좀 더 허락하고 싶다.
오늘의 조각 잠들을 이어 붙이면 어떤 모양이지. 꿈도 꾸지 않았고, 침대에 몸이 묵직하게 눌어붙은 느낌만이 가득하다. 이런 게 오늘 내 자유의 형태일까. 자유란 너무 많은 정의와 너무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어서 무어라 딱 짚어서 말할 순 없지만 꽤 괜찮은 것 같다.
주변인들이 자러 가는 새벽, 잘 자라 인사하고 난 하루를 시작한다. 이러다 또 언제 잠들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괜찮은 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