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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Jun 22. 2021

낡은 새로움

오늘의 눈 맞춤

2021년 6월 21일, 오후 6시 28분


[오늘의 -]


1. 충치 검진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치료비용도 비용이지만, 치료할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답답하다.

2. 나머지 사랑니 발치 예약을 했다.

3. 더위에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4. 기프티콘으로 커피와 토스트를 먹었는데, 토스트가 정말 작고 자리가 에어컨 바람을 곧바로 쐬는 곳이라 추웠다.

5. 좋아하는 가수 앨범 구성품에 하자가 있었다.

6. 엄마가 골라주고 내가 산 금 귀걸이를 잃어버렸다. 그나마 엄마랑 맞춘 반지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워낙 비싸기도 하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도 있으니 속상하다. 산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건만. 지나온 곳을 모두 다시 돌아가 분실물이 있었는지 묻고 없다는 걸 확인할 때의 마음이 쓰라렸다.

7. 사소한 부분에 기분이 나빠졌다. 평소라면 그냥 넘길 말들이 물 흐르듯 넘어가지 못하고 한 번 걸렸다 지나간 것을 보니 6번의 내상이 꽤 컸던 모양이다.

8. 한 번 밖에 가지 않았던 요가 기한이 얼마 안 남았다. 사실 이건 지난날의 내가 저지른 잘못이지만.

9.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구매한 민트 초코 라테에서 민트맛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오늘의 +]


1.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 원래 절대 졸리지 않을 이 시간에 살짝 졸리다고 생각하고 있다. 극단적인 생활패턴에 한동안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2. 좋아하는 시인과 작가의 절판된 책을 구매했다. 친한 동생이 시집을 사볼까 한다는 말이 생각나 선물해줄까 싶어 중고서점에 구경간 것인데 뜻밖에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기분이 넉넉해져서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도 구매했다. 선물을 주고 선물을 받은 기분. 

4. 스터디 과제를 일찍 시작했다. 나가는 김에 라는 마음올 노트북을 챙겨간 스스로가 대견한 느낌.

5. 기프티콘으로 먹은 토스트가 맛있었다.

6. 내 책을 선물한 스터디원분이 절반을 넘게 읽으시고 내 감성이 놀랍다는 감상평을 남겨주셨다. 책을 선물할 때 상대가 읽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안다. 그래서 언젠가 살펴볼 때 걸리는 문장에 있을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인데 기뻤다. 다른 책이 아니라 내 책이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7. 2번과 같은 이유로 들른 다른 서점에서 종이책으로만 발간된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이 한정판 리커버 버전을 발견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구입했다. 역시 선물을 주고 선물을 받은 기분. 이곳에서 선물할 시집도 결정했다.


 오늘을 목록화하면 이런 식. -가 더 많은 걸 보니 역시 마음 한편에 우울함이 깃들긴 했구나. 귀걸이를 잃어버린 순간부터 생각이 온통 거기로 쏠렸다. 그래도 더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복권을 사야 하나. 어제 많은 +가 있긴 했지 등등의 생각으로 이어진 걸보고, 또 서점에서 좋은 책들을 만나고 많이 괜찮아졌다. 아직 말랑한 부분이 훨씬 많긴 하지만, 연약한 마음에서 단단해진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 나에게 남은 것들을 본다. 중고에 오래된 책이라 종이의 색이 바래고 표지 곳곳에 얼룩이 있는 시집과 수필집이 오늘 내게 남은 가장 큰 것들. 낡은 새로움이 오고, 새로움이 내게서 떠났다. 그 새로움과의 이별이 슬프지만, 이젠 길가나 누군가의 주머니나 내가 모를 곳에서 낡아갈 무언가가 됐다. 나는 그저 내게 다가온 낡은 새로움의 신선함을 즐기면 된다.


 내일은 또 어떤 새로움을 만날까.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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