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탕짜면
2020년 9월 19일, 오후 7시 53분
주말에 평일보다 더 일찍 일어나게 되는 건 법칙 같은 걸까. 시간을 보니 평소보다 몇 배는 이른 시간이었다. 괜히 개운하게 떠진 눈이 야속해 억지로 이불을 말아 안고 누워 꿈나라로 돌아가려 애썼다. 밖에서 들리는 물소리와 소란한 우당탕거리는 소리에 주말 늦잠 대작전은 장렬히 실패했다.
방문을 열고 나갔을 때 나를 반긴 건 새 냉장고가 들어올 자리를 만들 겸, 묵혀둔 대청소를 하며 나는 소리였다. 오래된 조리기구와 식기를 버리고, 꽤 오랜 시간을 버티고 서있던 장들이 떠나며 바닥에 남긴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식구가 들어올 공간을 만드는 일은 꼭 이삿날을 연상케 했다.
결국 일정이 조금 바뀌어 냉장고는 내일 들어오게 됐다. 어제저녁부터 공연히 들떴는데 이 들뜬 마음이 하루 더 이어지게 됐다. 들뜸이 지속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새로운 냉장고가 들어오면 기념으로 요리에 도전해봐야지 같은 기약 없는 스스로와의 약속도 했다. 복작한 오전에서 나른한 오후로 시간이 흘렀다.
저녁을 뭐 먹을지 고민하다 떠오른 건 짜장면. 이삿날 하면 짜장면이지. 물론 진짜 이사도 아니었고, 그런 분위기를 잠깐 맛 본거지만 짜장면을 먹을 명분은 충분했다. 탕수육을 시키자니 양이 너무 많아 고민했다. 가족 모두가 입이 짧아 남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러다 짬짜면처럼 짜장면과 탕수육이 반반으로 제공되는 메뉴를 발견했다. 딱 날 위한 메뉴가 아닐까. 음식이 도착하고 뭉쳐있는 볶음밥을 흩트려놓는 엄마에게 내 메뉴 선정 센스를 자랑했다.
조금 짜고 익숙한 조미료 맛의 짜장. 퍽퍽하고 쉽게 으스러지는 고기 조각과 물컹한 양파가 섞인 면의 쫄깃한 식감. 입이 텁텁하게 막힐 때쯤 새콤하고 끈적한 소스가 묻은 탕수육을 집어 먹는다. 나는 부먹도 좋고 찍먹도 좋다. 중요한 건 맛있게 먹는 거니까.
다 먹고 배를 두드리며 텅 빈, 그리고 곧 채워질 자리를 본다. 내일부턴 또 어떤 핑계로 짜장면을 시키지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