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모둠전
2020년 10월 1일, 오후 1시 22분
새벽에 열심히 핸드폰과 노트북, 아이패드까지 전부 켜놓고 이것저것 하다가 순간 권태감이 확 밀려왔다. 요즘 꽤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던 일도, 취미도 전부 감흥을 잃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할 일을 밀어 넣어 모두가 잠들고 고요한 시간을 채웠다. 일어나서도 새벽에 나를 휩쓸고 간 감정의 파도가 아직 철썩였다.
우리 집은 전을 부치지 않는다. 친척네와 교류가 활발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모두가 쉬고 싶은 연휴에 누군가의 노동이 당연시되는 것도 싫다. 그래서 몇 가지 음식을 제외하고선 웬만하면 다 사 먹는다. 전도 마찬가지고. 자주 가는 전집에서 엄마가 선별해온 전으로 추석이, 그리고 10월의 첫날이 시작됐다.
예전에는 산적 킬러였는데, 교정을 하며 단무지가 들어간 음식을 기피하게 됐다. 대부분의 산적엔 단무지가 끼워지니까 이번에도 뭔가 끌리지 않았다. 엄마가 이 산적은 단무지 대신 어묵이 들어갔더라 일러주었지만, 내 손이 가는 곳은 물컹하게 씹히는 단호박전이나 매콤한 맛이 주된 해물전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리 산적에 눈이 가는지.
겉보기엔 게으르고 포기도 빠른 나지만, 사실 머릿속은 누구보다 바쁘다. 자잘하게 벌여둔 일이 많아 하루하루가 꽉 차있고, 일의 특성상 일 년에 4번씩 엄청 바쁜 시간이 찾아오는데 추석이 지난 바로 직후가 그 시기 중 하나다. 그래서 새벽까지 자료도 확인하고 내가 벌여둔 일 수습도 하고. 여유로우면서 동시에 바쁜 모순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일상의 빛이 탁 꺼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재료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다 한 꼬치에 끼워져 결국 같은 계란물을 입고 접시에 누워있는 모습이 눈에 계속 밟혔다. 그 모습이 내가 해온 모든 일이, 내가 겪어온 모든 것들이 지금의 무기력한 내가 된 모습과 닮아서인 걸까. 결국 마지막에 한 입 먹었다. 익숙하고 맛있는 기름에 절여진 맛. 누군가의 명절을 위해 지난 시간을 엮어 누워있는 산적 위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