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삼겹살과 된장찌개
2020년 10월 3일, 오후 8시 11분
삼겹살은 두껍게 써는지, 얇게 써는지, 바싹 굽는지, 촉촉하게 굽는지. 여러 선택지에 따라 같은 요리지만 다양한 맛을 낸다. 같이 곁들여 먹는 찌개나 소스의 종류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내 취향은 얇고 바싹 구운 삼겹살. 큰 고기보단 작게 자른 게 좋고, 참소스에 찍어먹는 걸 좋아한다. 찌개는 두부가 잔뜩 들어간 된장찌개가 좋다. 가게보단 집에서 먹는 삼겹살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모든 게 내 취향 범벅이니까. 딱 오늘처럼.
지금은 원하면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삼겹살 하면 조금 특별한 음식이었다. 엄마 아빠의 월급날이나 맛있는 걸 먹으며 기념할만한 날에 어울릴 법한. 삼겹살을 먹기 위해 파채나 다른 반찬을 준비하고, 찌개를 끓이고, 소스를 준비하고, 고기를 굽고 하는 모든 과정이 특별함을 위한 준비 작업 같았다. 지금은 교정을 이유로 먹을 수 없지만 상추와 깻잎에 참 소스에 푹 적신 고기를 두어 점 올리고, 그 위에 파채나 김치를 올려 크게 한 쌈을 만들고 입에 밀어 넣는 게 큰 기쁨이었다. 우걱우걱 커다란 한 입을 다 씹어 삼키고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탄산음료를 마시면 여느 만찬이 부럽지 않았다. 그니까 평범하고 특별한 나만의 만찬 같은 음식이었던 셈이다.
지금도 여전히 삼겹살이 어느 정도 특별하지만, 이젠 좀 더 일상에 가까운 음식이 됐다. 끝나가는 연휴처럼, 지날수록 평범함에 가까워지는 특별함이라고 하면 괜찮을까. 이제는 삼겹살에 탄산음료보단 맥주를 마시고, 고기를 집어먹기 바빴던 예전과 달리 된장찌개에 밥을 슥슥 비벼먹고 반찬처럼 고기를 참소스에 찍어 먹는 게 익숙해졌다. 이런 사소한 차이에서도 내가 커가고 있구나를 느낀다.
특별함이 평범해진다는 건 그만큼 특별한 일이 더 많아졌단 뜻일까. 아니면 특별함이 익숙해져 그 빛이 바래는 걸까. 사실 평범하면 어떻고, 특별하면 어떤가. 맛있으면 장땡이지. 연휴가 저물어가는 평범한 토요일 저녁, 바싹 구워진 삼겹살도, 두부가 잔뜩 들어간 된장찌개도, 사이다에서 종목을 바꾼 얼음을 동동 띄운 맥주도 모두 맛있다. 이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