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 끼_초콜릿 크레이프 케이크와 헤이즐넛 아이스 아메리카노
2020년 9월 24일, 오후 7시 1분
다시는 택시를 타지 않으리라 어제 다짐했던 게 무색하게 일터를 향하는 내 몸은 택시 안에 있었다. 기이하게 펼쳐진 구름 장막을 멍하니 내다보며 시트에 등을 기댔다. 사실 나는 오늘의 내가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저 나를 짓누르는 일의 늪에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가고 싶은 발악이란 걸.
더 잘하고 싶은 욕심과 그냥 포기하고 싶은 무력감이 뭉치면 쓴 맛이 되어 입 안을 까끌하게 만든다. 오늘도 퇴근 무렵에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누가 보고 싶은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의 품을 그렸고, 위로가 필요하단 생각이 헤일처럼 밀고 들어왔다. 요즘의 나는, 그래, 내 일에 권태기가 온 게 분명하다.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은 일을 그만두는 것이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으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 뒤섞여있다. 함께 일하는 분들이 좋고, 나는 그래도 역시 아직은 이 일을 사랑하는 것 같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고. 가타부타 더해지는 말이 많지만 결론은 그만둘 수는 없다는 것. 그럼 이 쓴 맛은 어떻게 없애지.
긴 셔츠의 틈새를 노리고 파고드는 바람의 한기에 몸을 떨며 나오는 길. 초콜릿 케이크가 떠올랐다. 그래, 끝장나게 단 맛으로 이 쓴 맛을 덮어버리자. 평소보다 시럽을 덜 넣어서 조금 더 씁쓸한 아메리카노의 맛을 초콜릿 시트가 꾸덕한 초콜릿 크림으로 촘촘하게 이어져있는 크레이프 케이크 아래로 묻어버렸다. 케이크 위에 놓은 크런치 볼을 톡톡 터트리며 고민도 하나씩 씹어 넘겼다. 편의점에서 달달한 맥주도 사가야지.
쓸쓸하고 시린 어느 가을 저녁. 따뜻하고 달콤한 맛의 이불에 몸을 웅크린다. 내일은 정말 택시 타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