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번째 질문

20201002

by 여느진

Q. 모든 것을 뒤로하고 몰두해본 경험이 있나요? 그 대상은 무엇이었고, 왜 그랬던 것 같나요?


A.

떠오르는 경험이 몇 개 있는데, 영어, 좋아하는 연예인, 술, 핸드폰 게임... 굉장히 많다. 그중에서 지금은 관심도 없지만 연애에 몇 년 전에 엄청 몰두했던 나 자신을 쓰고 싶다. 원래 집착하는 걸 싫어해서 광적으로 어디야 뭐해 이런 연락에 매달린 건 아니지만. 20대가 되고 연애의 기회가 많았다. 그 기회를 잡는 걸 주저하지 않았고, 많이 아팠고, 많이 상처 줬다. 누군가와 깊은 관계가 되고 누군가의 세상을 내게로 끌어오는 그런 행위 자체에 몰두해 나 자신을 바꿔갔던 것 같다. 사랑은 나의 힘이라며 친구에게 말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의 나라면 우웩, 어떻게 해할 행동들도 많이 했다. 장거리를 넘나들고, 울고, 치졸해지고, 유치해지고.


그렇게 많은 세상이 나를 스쳐갔고 그 세상들이 내게 남긴 흔적이 나를 키웠다. 꼭 시험기간에 헤어지는 일이 잦아서 좋은 학점을 얻었다. 지금도 많이 어리지만, 지금보다 더 어린 날의 나는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모르고 한 종류의 사랑만이 나를 키울 수 있다 확신했었다. 지금은 그게 아니란 걸 너무 잘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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