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공지사항

은중과 상연 -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by 아름다운 나날들

정답을 몰라 허둥지둥 헤매고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억지를 부리고 그랬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다. 해결되든 안되든 일은 다 지난 일이 된다. 지나면 또 다른 일이 온다. 사법시험을 합격해서 기분 좋아서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해도 변호사 개업하면 소장에 파묻혀서 손가락에는 골무를 하지 않은 날이 없다. 의자에 하도 많이 앉아있어서 등도 구부러지고 걸을 때도 구부정하다. 이렇듯 좋아할 일도 싫어할 일도 없다. 그저 일은 그냥 일이다. 그래서 일이 오면 감사해야 한다. 이 일은 이번에는 나를 어떤 가르침으로 인도하시나 살펴보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은중과 상연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나는 얘를 영영 못 이기겠구나.”

왜 우리는 이기려고 할까? 이기는 그 순간을 온전히 갖고 싶어서 그런가. 나는 이기는 것에 서툴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서 낙오되고 싶지 않아서 남들만큼은 하고 싶어서 아등바등 하루하루 견디어왔다. 버티어왔다.

은중에게는 상연이에게 없는 공감능력이 있다. 은중은 정말 공감을 한다. 그래서 따뜻하다. 나는 은중이처럼 되고 싶었는데 상연이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상연이처럼 성공하고자 발버둥 쳤지만 어떤 성공도 이루지는 못하고 고집과 아집만 장착했다.


내 언니는 오늘도 우울, 분노, 부정, 체념을 왔다 갔다 하며 우짜면 좋노를 되뇌고 있다. 언니는 오늘도 내게 전화를 해서 그녀의 아직도 붙잡고 있는 남편에 대해서 하소연을 한다. 언니는 안정을 찾고 싶은 거다. 이 괴로운 시간들을 견디고 싶지 않은 거다. 그래서 과거의 편안했던 때를 붙잡으려고 하는 거다.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사람의 마음은 화장대야. 잘 정리되어 있을 때는 남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지만 어질러진 화장대는 감추고 숨기고 싶은 거야. 언니는 왜 어질러진 화장대를 다 펼쳐놓고 부끄러운 것도 모르는 건데.”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울기만 한다. “넌 동생이잖아. 결혼을 안 해봐서 몰라. 내 마음 좀 이해해 줘.” 겨우 가라앉히고 하는 말이 동생이니까 봐달란다. 아니다. 혈육이라고 다 그 마음을 아는 것은 아니다. 혹여 다 알아도 공감을 해준다 해도 그건 속상해서 한대 피워무는 담배일 뿐이다. 그 담배가 다 타들어가면 다시 그 마음이 올라온다. 강도는 100이었던 것이 80 정도. 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언니, 언니 마음을 이기려고 하지 마. 그 형부라는 사람을 이기려고 하지 마. 그냥 흘려보내. 이기려는 마음은 붙잡고 싶은 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