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지혜
싸움의 마지막 페이지를 누가 써내려가느냐
사람의 싸움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밖으로 드러나는 싸움과, 안에서 이루어지는 싸움.
우리는 오랫동안 밖의 싸움에 매달려왔다.
억울함을 해명하고, 자신의 진심을 이해받고 싶어서 말을 쏟아냈다.
그런데 결국 남는 건 피로와 허무뿐이었다.
이제는 다른 싸움을 택할 때이다.
침묵 속에서 중심을 지키는 싸움.
감정이 아닌 질서로, 분노가 아닌 평정으로 이끄는 싸움.
이 싸움의 마지막 페이지는
소리 없는 문장으로 써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하지 않음’ 속에서
시간이 자신을 단련하고, 고요가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
그 모든 과정이 자신의 문장이 되고, 자신의 증거가 된다.
이 싸움의 끝은 누가 더 크게 외쳤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평정을 유지했는가로 결정된다.
고요는 패자의 침묵이 아니라, 승자의 품격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미 이겼다.
이제 그 승리를 유지하기 위해 고요를 지킬 뿐이다.
시간은 내 편이다.
시간은 소음보다 오래 남는다.
그래서 오늘도 차분히 펜을 든다.
고요로 시작하는 싸움의 마지막 페이지를,
조용히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