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은 끝나도 우리는 끝이 아닙니다.
“다섯 욕망 일곱 감정 여섯 마음” 매거진에 일곱 편의 글을 쓰고, 거의 한 달 만에 에필로그를 쓰려니 선뜻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여져서 빈 화면을 한참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는 이 마지막 글을 시작도 않고, 프롤로그부터 다시 차례로 한편씩 글을 들여다봤다. 감정을 표현하는 더 적절한 글을 쓰기 위해 시도했다가 고이 접어 서랍 속에 넣어둔 글들까지 들춰보았다.
사실을 고백하면, 감정을 드러내는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나마 “희(기쁨)”는 쉬운 편이었다. 첫 번째 글이기도 하고 아마 오래 기억하고 싶고 타인에게 드러내 표현하기 쉬운 감정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밖의 다른 감정들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떤 소재로 어디까지 나의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지 정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마음속의 진짜 분노나 아무도 몰래 감추어둔 슬픔, 지독한 미움 따위의 감정을 단어와 문장으로 써 내려간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글을 쓰다가 막히는 순간이 올 때마다, 글을 계속 쓸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준 것은 이 매거진을 함께 쓰는 문우들이다. 각자의 공간과 역할이 글을 쓰기에 늘 쉽거나 적당하지 않을 텐데도, 어김없이 때가 되면 공들여 쓴 글을 발행하는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끝까지 쓸 수 있었다. 결국 서로를 격려하고 공감해 주는 마음이 이 매거진을 끝까지 쓰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이이지만 글로 서로를 들여다보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다. 세상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역시 많은 것 같다.
공동 매거진을 시작할 때 각자가 원한 것을 얻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글을 쓰며 자신의 감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이번 매거진은 여기서 끝을 맺지만 “초고 클럽”으로 맺어진 인연이 “다섯 욕망 일곱 감정 여섯 마음”에서 이어졌듯이, 다른 형태의 글에서든 또는 삶에서든 계속 이어질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