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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Feb 21. 2024

망원동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다. 

Rainny Day


몇 년 만에 S와 D를 만났다. 별거 아닌 이야기들을 나누며 잠시 그분이 생각나기도 하였다. 참 좋아했었지. 정말 좋아했었지. 겨울이지만 봄처럼 비가 내렸다. 사실 나는 올 겨울 눈에 대한 별 감흥이 없었으므로 오히려 비가 이 계절과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하였다. 이제는 망원동에 올 일이 정말 없어서 어떤 큰 이벤트를 치르듯 우산을 들고 좁은 골목골목을 지났다.


“여긴 예술인이 많이 사는 동네 아니야?”


사소한 물음에 깔깔깔 S는 웃었다. 그때 더 안정적인 마음 상태였다면 네게 더 잘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S에게 미안해했다. 잘해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우린 그때로 돌아간 듯 이런저런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시집 이야기도 하고 선생님과 뒤풀이 추억들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리고 잠깐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충만함은 왜 늘 슬픔과 함께 있는 것인지 생각하였다.


말들이 빗방울처럼 땅에 부딪쳐 공중으로 사라졌다. 이제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다. 무엇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제는 그 사실이 더 이상 오늘 하루를 흔들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봄에는 조각난 꽃잎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싶다. 마치 우리의 기억 조각들처럼 각자 추억하는 그날들에 대하여. 그러다가 하나의 아름다운 형상이 될 때면 이름을 생각해야지. 어디에 있을까. 영원히 만지지 못할 것 같은 그것은.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를 알지 못했다. 그러므로 어쩌면 정말 좋아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담배 한 대를 건네받고 싶다. 어떤 무구함이 저편에서 이편으로 건너오듯이. 우리를 해칠 수 있는 것은 없다는듯 나는 이제서야 그것을 건네받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비를 피해 집으로 돌아갔는지 거리는 조금 텅 비어 있었다. 오늘만큼은 그 얼굴을 떠올려도 괜찮다고 자신에게 속삭였다. 마치 만난 것 같은 꿈을 꾸면서 그 이후의 나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걷는 이 곳이 파리의 거리라고 생각하니 행복해졌어.”


S는 작별인사를 나누기 전 빗물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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