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생각하는 일
경주를 정말 좋아한다. 경주에 가면 언제나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므로. 삶의 곁에 있는 죽음에 대하여. 조금 스산하고 그러면서도 멀지 않은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마치 영화 '경주' 속 공윤희(신민아)의 집에 초대된 것만 같은 어떤 포근함과 낯섦이 항상 공존한다.
어제는 엄마에게 슬픈 소식을 전해 듣고 하루종일 마음이 복잡하고 난데없이 눈물이 났다. 6년 전쯤 엄마가 처음 투석을 시작하던 해, 엄마는 동정맥루 수술을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고 바로 옆에 그분이 입원해 있었다. 엄마와 똑같은 시술을 받기 위해 입원했던 그녀는 엄마와 서로의 불안과 질병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는 퇴원 후에도 그분과 계속해서 연락을 하며 지냈고 재작년 척추골절로 고생할 때에도 그녀와 통화를 나눴다. 아쉽게도 서로 사는 지역이 달라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종종 나는 엄마가 그분과 통화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작년만 해도 나는 그분을 내심 부러워하고 있었다. 엄마는 척추골절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그래도 그녀는 골프를 치고 운전을 하며 활동적으로 생활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분은 엄마에게 왜 바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가지 않느냐고, 본인은 아프거나 무슨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삼성서울병원으로 간다고 그렇게 조언까지 해주었는데... 이번주 월요일 엄마는 그분의 아들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고 그것은 그녀의 부고 소식이었다. 엄마는 어떻게 이런 허망한 일이 있을 수 있냐고,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하였다고 말했다. 나는 그분과 직접 통화를 한 것도 그렇다고 6년 전 병실에서의 만남 이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마음이 공허하고 슬픔이 밀려들었다. 아주 가끔이긴 했지만 엄마가 유일하게 의지하던 분이었기에 엄마의 마음이 어떠할지 조금은 예측할 수 있었다.
죽음이라는 것이, 어느 날 어떤 이유도 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비극적이고 슬프게 느껴졌다. 김상욱 물리학자는 이 우주에서 죽음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며 살아있는 것이 드물고 희귀한 일이라고 말하였지만 제 아무리 그것이 보편적인 우주적 진리라고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그리 보편적일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이자 인간 존재만의 특권이라도 된다는 듯이.
죽음이 제아무리 자연의 이치라고 할지라도 나는 죽음 앞에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되뇌었다. 언젠가 그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도 아직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닥치면 순응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딱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자기 체면을 거는 것은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자주 죽음에 대하여 생각한다. 내일 당장 세상을 떠나게 되더라도 아쉬움이 없도록 정리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 부활 주일을 앞두고 많은 생각이 든다. 나는 언제쯤 예수님처럼 죽음을 초월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그런 담대함과 용기가 생길지. 그것은 너무도 까마득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그녀가 이제는 병도 고통도 없는 곳에서 평안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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