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티 작업은 계속된다.
갑자기 폭풍 업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웹툰 4화 작업을 하다가 기분이 조금 UP 되어서. 물론 불안감도 있고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이 일에 흥미와 재미를 느끼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이토록 생생한 작업인 줄 몰랐다. 미술학원에서 드로잉을 열심히 하는 나날이고 물론 그 작업도 흥미롭고 너무 재미있지만 웹툰 드로잉은 더더욱 그러하다.
방송국 직장에 소속되어 콘티를 그리던 시절에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컨펌, 컨펌, 컨펌... 새로운 시도조차 부장의 컨펌을 받아야 했으니까. 상하 수직적 관계. 나는 그곳에서조차 프리랜서 작가일 뿐이었다. 이건 엄연히 내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곳에서 갈고닦았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아직도 온전히 내 것으로 하기에는 많은 노력과 시도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사실이 내겐 너무 힘이 되고 기쁨이 된다.
사실 나는 상하관계가 또렷한 직장생활이 잘 맞는 사람은 아니다. (이건 모두가 그러할지도 모르지만.ㅠㅠ) 남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회에서 돈을 벌고 인간관계를 맺기 위하여 어찌할 수 없이 그곳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물론 보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방송작가, 홍보영상 작가, 광고 콘티까지. 정말 상업적 글쓰기는 다 해본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중년이 된 시점, 회사의 부속품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을 뒤늦게 찾았지만 이 일이 내게 얼마만큼의 경제적 보탬이 될지 솔직히 가늠은 할 수 없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시도하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생길 거라고 믿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지금의 짧은 생각으로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이 경제적 안정까지 가져다주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닐까.
적어도 헛짓은 하지 않고 사는 삶.
상사의 눈치나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부속품이 되지 않는 삶.
아, 정말 그런 삶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나날을 꿈꾸는 것은 죄가 아니지 않을까.
물론 훗날 또 다른 흥미와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년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그 일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 정말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