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리셋해야 할 시간
1. 젊은 시절에는 떠나는 걸 참 좋아했다. 에너지가 넘치고 호기심도 많고~ 하지만 요즘은 뇌의 회로가 변경된 것처럼 도통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떠날 날이 다가오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그래서 예약도 모두 미루고 미루고..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은 나날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즈음부터 나의 무기력증은 고개를 내밀었는데.. 그 무기력증이 이번 코로나 재확진으로 더더욱 심해진 기분이 든다. 어찌해야 할까. 이러다가 정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되는 건 아닐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종일 걷기만 하다가 오게 될까. 길거리에서 자게 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질 않는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아우성이다.
예전에는 공항에 가면 그 설레는 기분이 좋았다. 면세품을 찾고 라운지에서 밥을 먹고 비행기 안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선별해 보고 음악을 듣고 밥을 먹고. 그런데 이제는 정말 왜 이렇게 모든 게 무덤덤하고 무감각한 것일까. 막상 그곳에 가면 나아질까. 나이가 들어서 여행을 다니는 기분은 이런 것일까. 지금도 이런데. 만약 이런 무감각한 기분이 계속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재미 없을까. 이번 주에는 아무리 귀찮아도 어느 정도는 예약을 마쳐야 할 텐데.. 한심하고 또 한심하다.
2. 얼마 전에는 갑자기 새로 시작한 인스타툰 계정이 삭제되는 일을 경험했다. 영문도 모른 채 이런저런 인증 절차를 거치고 기다려야했다. 별 것도 아니고 팔로워도 그리 많지 않지만 문득 두려웠다. 이게 사라져 버리면 어떡하지. 그래도 열심히 했는데. 나를 응원해 주고 걱정해 주던 소중한 초보 인스타툰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악몽도 꿨다. 계정을 영원히 복구할 수 없는 꿈.. 하지만 정확히 48시간, 이틀 만에 계정이 복구되었다. 자신들의 실수였고 그래서 미안하다는 이메일과 함께... SNS 세계에서도 갑과 을은 존재한다. 영문을 모른 채 멍청한 AI에게 당해야 하는 '을'과.. 자신의 오류로 유저에게 피해를 줬지만 어떤 보상도 하지 않는 '갑'. 이런 AI를 믿으며 살아가야 하다니 끔찍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행이지. 다시 복구되어서.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