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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 살로메 Nov 06. 2024

룸 넥스트 도어 The Next Door

죽음도 우아할 수 있을까.

영화의 색감이 어찌나 나의 취향이던지 ㄷㄷㄷ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을 알게 된 건 대학생 시절이다. 강의시간에 영화 '그녀에게'를 알게 되었고 그 계기로 그의 영화를 처음 보게 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기억하는데 스토리도 충격적이었지만 영상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여서 그 이후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팬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좋아하는 감독이기에 '룸 넥스트 도어' 개봉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개봉 영화관이 많지 않았고 다행히도 집 근처 메가박스 단독상영으로 무사히 관람할 수 있었다.) 게다가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니.. 나의 호기심은 더더욱 커져갔다. 일단 그냥 끌리는 영화라고 이야기하면 될까. 게다가 늘 관심이 가는 '죽음(존엄사)'에 관한 이야기인 것도 마음을 사로잡았다.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 아름다운 색감을 연출할 일인가. 감탄~ 감탄!!


사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다 우연히 남편과 스타벅스 카페에서 잡지를 넘겨보게 되었고 한 소설가가 추천한 소설의 줄거리를 읽게 되었다. 


"남편~ 이 줄거리.. 영화 룸 넥스트 도어 내용이랑 너무 흡사한데.. 혹시 원작 소설이 있는지 한번 찾아봐봐!" 


난 손가락이 없는지 발가락이 없는지 항상 무언가 다급할 때는 남편에게 검색 좀 해보라고 부탁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남편은.. 무척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또 상세히 찾아주니..  참 이래저래 고마울 뿐이다.


"어. 맞네. 맞아. '시그리드 누네즈'의 소설 '어떻게 지내요'가 원작이라고 하네."

"와.. 어쩐지 내용이 너무 흡사하다 했더니만..."


두 여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찌나 아름답던지..!!


죽음이라는 칙칙한 소재와는 다르게 영화의 색감과 구도 연출, 두 여주인공의 패션 컬러감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죽음에 이토록 우아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신선함에 다시 한번 놀랐다.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 ‘죽은 사람들(The Dead)’ 속에 등장하는 문장을 낭독하는 장면에서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흰 눈발들이 생각나기도 하였다. 


어렴풋이 눈이 내린다

쓸쓸한 교회 마당에도

온 우주를 지나

아스라이 내린다

그들의 최후의 종말처럼

모든 산 者와

죽은 者 위로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영화 첫 시퀀스에서 잉그리드(줄리안 무어)가 서점 팬사인회에서 독자인 여인과 나눈 대화 내용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그 내용은 (녹음을 한 게 아니라서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자신은 아직도 죽음을 극복하지 못했고 두렵다는 이야기.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잉그리드의 이야기에 첫 장면부터 몰입하게 되었다고 할까. 그래도 적어도 잉그리드는 나보다는 용감한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마사(틸다 스윈튼)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녀의 곁에서 죽음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 


나라면 어떠했을까. 


참, 그나저나 이 영화에서 '뉴욕'을 얼마나 아름답게 그러면서도 영화적으로 담았는지. 물론 현실은 살인 물가에 지저분하고 마리화나 냄새가 풍기는 도시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뉴욕'에 대한 애정이 다시 한번 되살아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마사(틸다 스윈튼)의 자택 유리창에 비친 뉴욕의 야경이란.. 하..


영화를 보면서 이런 현실적인 생각도 들었다. 우아하게 죽음을 맞이하려면 그래도 역시나 돈이 있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 매년 수많은 노인들이 환풍도 되지 않은 좁디좁은 지하 방에서 고독사하는 걸 생각하면 죽음마저도 내 뜻대로?? 맞이하려면.. 어쨌든 재력을 갖춰야 한다는 슬픈 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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