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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채식주의자가 된다는 것

by 루 살로메
토마토파스타.jpg 토마토 모짜렐라 치즈 파스타


최근에는 집에 있을 때 요리를 열심히 했다. 이유는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였는데 육식을 줄이고 채식 위주의 식사생활을 해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사 먹는 음식에는 많은 양의 소금, 설탕, 조미료가 들어있고 기름 지고 몸에 좋지 않은 재료들이 사용되니까. 그것을 조금 줄여보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할까.


사실 난 요리에 대하여 잘 모른다. 남편은 먹는 걸 좋아해서 종종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며 혼자 줄을 서고 그 음식들을 탐험하곤 하지만 나는 게으른 건지 음식에 관심이 없는 건지 그렇게 열정적으로 맛집을 찾아다니며 에너지를 소모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던 내가 최근에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만들어보고 먹어보고 하였다. 놀랍게도 요리를 하다 보면 식재료에 대하여 요리에 대하여 음식에 대하여 궁금한 점이 생기고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마치 사람을 알아가는 것처럼


최근에는 식재료와 조미료 그리고 차에 관한 책들을 찾아서 읽었다. 요리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깊고 놀랍고 신비로웠다. 설탕은 어느 순간에 넣어야지 흡수가 잘 되는지, 고기는 어떤 온도를 통과해야지 육수가 잘 우러나는지, 밥은 어떻게 보관해야지 풍미를 잃지 않는지. 디테일하고 디테일한 요리 세계 속에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매일 요리만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할 정도로. 마음 같아서는 나 또한 그들처럼 멋지고 훌륭한 셰프가 되어 최고급 요리를 한 접시 담아 올리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동을 투자해야 했다. 물론 집에서 그러긴 쉽지 않다는 걸 안다.


요리를 하다 보면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다. 식재료를 만지다 보면 잊고 있었던 감각이 깨어나는 기분이 든다. 얼마 전에는 닭날개로 요리를 하였는데 털이 벗겨진 차가운 닭의 날개를 만지는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어찌 보면 죽은 동물의 털이 그것도 벗겨지고 토막 난 생살을 만지는 행위이니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서투르고 어색한 밥상일지라도 이 좁은 접시 안에는 어쩌면 우주가 담겨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생명이 태어나 자라고 죽음을 맞이하고 누군가의 입속으로 들어가 생명을 이어간다는 것. 생존을 위해서 계속되어야 할 일이지만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우리의 이 행위가 그러나 단순히 잔인한 종말을 맞지 않길 바란다.


그런 생각을 해서인지 아이처럼 만지작 만지작거리며 찍어낸 요리 한 접시 속 별 모양들이 유독 고맙게 반짝인다. 누군가에게 생명을 전해준 어제의 밥상이 몇억 광년 전 밤하늘처럼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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