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에서 만난 바다
그동안 많은 나라를 다니면서 꽤 다양한 바다를 만났다. 세월이 흐를수록 바다와 같이 산 또한 좋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겐 바다가 더 끌려서. 세계 각 나라를 걸어 다니며 만난 다채로운 바다에 대하여 한번쯤 이야기해보고 싶어졌다. 그 첫 번째 바다는 멕시코 '로스 카보스 Los Cabos'의 바다이다.
그날의 바다색이 잊히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서도 보지 못한 짙은 코발트블루와 옅은 에매랄드 빛깔이 레이어드 된 깊이 있는 바다. 모든 블루가 중첩된 사랑하는 이의 눈빛 같은 바다. 신혼여행지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인이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기억해 보건대 당시 나는 비슷한 느낌, 비슷한 상황의 비슷한 사람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는 참 이상한 습관이 있어서 한국인이 없는 여행지를 찾아다니곤 하였다. 보통의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열망이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특별할 것 없는 나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로스 카보스이지만 그 시절에는 어느 누구도 이곳으로 떠나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 둘만의 비밀의 문을 열고 나아 갔을 때 마주하게 되는 신비로운 바다처럼 모든 게 낯설었다. 쳇바퀴 같은 일상 그리고 비슷한 유행을 좇는 사람들 사이에서 희귀한 주얼리의 영롱한 빛을 마주하듯 이곳의 바다는 오직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로스 카보스의 바다를 오래도록 바라보자면 여전히 이곳이 우리의 것만이기를 열망하게 된다. 이것은 몹쓸 욕심일까. 사치스러운 욕망일까. 어떠하든지 그날의 비밀은 여전히 바다색처럼 영원을 간직하며 있다. 은밀한 파도소리가 들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