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타강 Aug 12. 2018

착각하는 CEO

지금은 이 옷이 몸에 안맞지만 언제고 살을 빼면 잘 어울릴거야.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은 성공할 거야


인간은 착각하는 동물이다. 착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낭패, 실망, 두려움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 결국 정신건강에,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인간은 착각을 한다. 이 책은 인간이 자신있어 하는 많은 관념들이 사실은 착각임을 밝히고, 조직 경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윤리를 강요하지 말고,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성과를 강요하지 말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누워있는 신성한 암소를 쫓아내라 (혼자서 하지마라)
일사불란한 조직은 다른 측면에서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조직


상식을 깨는, 그러나 지극히 상식적인 조직 경영론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읽고 나면 그동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이해되고, 나아갈 방향이 보이고, 절로 희망이 품어진다. 이대로만 하면 나를,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으리라.


물론 매우 순진한 착각(?)이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조직은 곧 인간이고, 인간은 수만 년 동안 자연선택을 통해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인간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보이지 않는 위험을 싫어한다. 인간이 모인 조직 역시 마찬가지.


황금알 낳는 거위보다 황금 자체에 혹하고, 단기전략을 장기전략보다 선호하는 이유는 성과를 빨리, 그리고 쉽게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 단순히 그렇게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 경험적으로,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학습이 된 경우가 많다. 성공했던 경험을 기억하고 반복한다는 얘기.


아는 범위에서, 하던대로 하면 쉽게, 그리고 빨리 할 수 있는데, 낯설고 성공 가능성도 낮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란 쉽지 않다. 결정적으로 타인(주로 상사, 오너)에게 인정받기도 쉽다. 왜 젊은이들이 공무원에 몰릴까? 꿈이 작아서? 현명하게 안전빵을 선택한 것뿐.

하던 대로 하는 게 편하다


가시성

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야만 마음이 놓이고 일을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가시성(可視性)'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가시성이 문제다. 상사나 오너가 마음을 고쳐먹기전에 보여줘야만 자신의 생존이 보장되는 것이다.

지켜볼 때만 일을 할 수도 있다(..)


촌철살인의 대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삶의 어떤 순간에도 인간은 지금까지의 자신과 별다를 바 없는, 그런 인간이 될 존재'


속된 말로 죽을 때 변한다고, 인간도, 조직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해법은 뭘까? 삼성 이건희처럼 자식,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 (권유가 아니라) 지시할 수 있는 최종보스가 되는 길 뿐인 듯하다.


확신을 가지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보스를 만나든,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마음을 바꾸는 (그래서 우유부단해 보이는) 보스를 만나든, 결국 보스 운빨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주로 과감한 과감하게 말아먹는 보스를 좋아한다. 우유부단 보다는 과감한 게 능력있어 보이니까(..)


예전엔 밑으로부터의 혁신이 가능할거라 믿었는데, 나이 먹을수록 위로부터의 혁신이 아니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상향식 혁신을 실천해보려는 분들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조언해 본다. 절대 혼자하지 말라고.


책에도 나와있다. 총대를 나눠 멜 동료를 구하라고.(99페이지)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면 그냥 순응하든지, 최종보스가 되고 나서 하시라고. 기억에 남는 문구를 남긴다.


실수를 '능력 없음'으로, 상급자에게 제기된 의문을 '불충'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한 기업은 실수나 문제를 조용히 덮거나 위장하려고 한다 (120 페이지)
(챌린저호는 왜 폭발했나?) 엔진에 이상이 발생할 확률을 엔지니어들은 '2~300분의 1'이라고 답했지만 관리자들은 '10만분의 1'이라고 답했다 (124 페이지)
전문가들이 쉽게 말해주길 원하면서도 동시에 쉽게 말하는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482 페이지)
신뢰해야 할 전문가는 무언가를 잘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 (484 페이지)
불확실성이 개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보의 양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인다. (501 페이지) - 정보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단 얘기.
작가의 이전글 지혜의 심리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