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수업이 끝났다.
귀가 터질 것 같던 교실이 텅 비었다.
하기 싫은 학교 업무를 붙들다 방과 후 시간이 가버렸다.
부장님께서 퇴근 시간 10분 전에 회의를 하자고 하신다.
설상가상 인터폰이 울린다. 뭘 좀 보내달란다.
죄송해요. 교실에서 한숨 쉬는 척 욕을 읊조렸어요.
회의를 마치고 교실에 온다.
오늘 일을 마치지 않으면 내일의 내가 죽겠지만 이미 죽을 것 같으므로 퇴근을 한다.
소파에 드러눕는다.
배달을 시킨다.
유튜브를 본다.
맥주를 깐다.
벌게진 얼굴로 유난한 배를 긁적인다.
분리수거함이 찼지만, 분리수거를 할 생각은 없다.
노트북을 켠다.
오늘도 한 글자를 안 쓰고 처참한 브런치 조회 수만 새로고침 한다.
출판사에서 이번엔 진짜 원고 넘겨야 한다고 했는데...
집필에 참고할 책을 폈지만, 다시 유튜브 알고리즘의 세계에 빠진다.
작업은 개뿔 새벽이다.
내일 출근하려면 자야 한다.
미안해.
너네한테 자기 공부는 자기가 해야 한다고 말해서.
숙제는 미루지 않고 하는 거라고 말해서.
수업시간에 열심히 들어야 한다고 말해서.
편식하지 말고 채소도 먹어야 한다고 말해서.
욕은 나쁜 말이라 쓰면 안 된다고, 말 예쁘게 하라고 해서.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해서.
담배랑 술은 나쁜 거라고 말해서.
꿈은 크게 가지라고 말해서.
사실 쌤은,
게으르고 못된 직장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