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내한한 밴드 콘서트를 다섯번 다녀왔다. 매번 다른 일행들과 함께 했다. 작년 9월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 생일에 하는 퇴사였고, 동시에 7개월 후 내한할 이 밴드 공연이었다. 5일간 다른 취향을 가진 일행들과 함께 하는 짧은 여행 계획이었다. 옆집 사는 친구가 물었다.
“같은 공연인데 그냥 하루에 다 모아서 함께 보는 게 효율적이지 않아?”
“아니 나는 그냥 비효율적으로 살 거야!”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회사를 다닐 때는 딱히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목표에 따라 정해진 시간 내에 해야 하는 일이 부여되는 생활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처음엔 익숙해지지 않았다. 일정이 너무 빼곡하면 자문한다. ‘너무 열심히 살려고 하나?’
촘촘히 365일이 기록된 다이어리는 선호하지 않는다. A4 사이즈 줄노트가 스케줄러이자, 일과 기록, 업무 미팅 기록장이다. 일기는 쓰지 않고, 가끔 충격적인 순간은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한다. SNS도 1일 포스팅은 어림도 없고, 어쩌다 생존 인사로 혹은 큰 결심을 했을 때 올린다. 그래도 퇴사 후 일과는 보험회사에서 준 스케줄러에 일부러 적는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기록할 수 있는데, 한주 날짜를 요일에 맞게 내가 넣으면 된다. 주말에 더 약속이 많은 나는 금요일을 대충 3등분해서 기록한다,
“요즘 뭐 해?” 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답을 하고 싶어졌다. 송별회도 하지 않았기에, 문자도 어색한 사이가 되어버린 지인들에게 이제 건강한 안부를 전할 시간이다. 분리수거를 위해 다 쓴 스케줄러를 한 장씩 찢으면서 피식 혼자 웃는다. 오래 만나지 못한 고등학교 친구들부터 함께 일했던 회사 동료들도 만났다. 한 달에 두 번 퇴사한 주부 후배들과 ‘낮에 만나 회식하는 모임’을 만들고, 줌으로 수업을 받던 수화 선생님과도 1년 반 만에 드디어 만났다.
호기심 가득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필요도 없는 양말 꿰매는 바느질을 배우러 가고, 멸치 볶음을 해서 친구를 만나러 갔다. 택시를 타는 대신에 일부러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돌아가면서 사람 구경을 했다. 효율성과는 먼 시간들이지만 나도 모르게 잘 살고 있는 기분이다. 스케줄러에 적힌 빼곡한 메모만큼 아마도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몇 개의 단어로 기록된 지난 시간을 다시 펼쳐 보여주려 한다. 나의 안부가 궁금한 그들에게 “잘 지내” 라는 인사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