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꿈나무

주부 26년 차 초보 요리사

by 한여름
첫수업의 어수선한 자리


"흑백요리사"도 안 보면서 왜 갑자기 한식조리 기능사?

가족들과 친구들은 또 비웃었지만, Qnet 사이트에서 필기시험을 접수하고 독학으로 (간신히 턱걸이로) 단번에 합격했다. 당당히 실기 학원에게 등록하고 봄에 실기 시험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요리 학원 상담직원이 추천한 과정은 평일 매일 오전 세 시간 수업이었지만, 성격 급한 나는 최대한 빠르게 끝낼 수 있는 과정을 요청했다. 결국 등록한 수업은 주 3회 총 16회 동안 33가지 시험과제 요리와 재료 썰기를 한 번에 두 가지씩, 선생님의 시연을 보고 바로 해보는 속성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미 시작한 속성반의 2주 차 수업에 바로 투입되었다. 무슨 수업인지도 모르는 채로 두리번거리는 나에게 친절한 수강생이 재료를 옮겨 두라고 했다.


첫 수업은 요리 꿈나무에게 다소 가혹한 생선 전과 생선찌개였다. 주부 26년 차에 자취생활 10년을 합쳐도 해본 적 없는, 녹아서 흐물흐물한 동태를 손질해야 했다. 지느러미와 비늘을 가위로 자른 다음, 아가미와 앞코를 잘라 버리고, 머리를 크게 자른 다음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다. 머리 부분은 생선찌개 용으로 두고 몸통 살 부분은 포를 떠서 생선 전을 만들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게 아는 장면이고, 생선을 살 때마다 숱하게 본 광경인데 실전은 달랐다.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생선찌개 30분. 생선 전 25분. 정해진 시간 내에 제출하지 못하면 탈락이다. 요리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보다 긴 시간이지만, 선생님이 중간중간, 시간을 말해주며 재촉을 할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다행히 정해진 시간 내에 제출은 했다. 무랑 두부 크기도, 생선 전 크기도 모두 맞지 않았지만, 첫 수업에 이만큼 한건 다행이라는 선생님 말에 기운이 났다.

꼼꼼한 검사를 마친 후..

요리한 자리에서 설거지를 다 마시고, 학원 1층 다이소에서 산 프라이팬과 식칼, 키친타월까지 넘치도록 담은 가방을 메고 저녁 약속 장소로 갔다. 피곤한 직장인과 요리 꿈나무의 저녁으로 로제 떡볶이와 과일샐러드에 레드 와인을 시켰다.


"그래, 이렇게 남이 해주는 게 맛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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