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친구 엄마, 내 친구

by 한여름

맞벌이 부부 자녀 조건으로 어렵게 당첨된 구립 어린이집을 한달 만에 등교 거부한 아들 민규는 다섯 살이 되자 마자 유치원으로 직행했다. 나는 아들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해 생일에 반 전체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열일곱 명 아이들과 열다섯 명의 엄마들. 언니도 휴가를 내고 도왔다. 첫 생일 파티가 끝나고 얼마 후, 얼핏 보아 나랑 비슷한 연배일 듯 보였던 그녀에게 슬쩍 카톡으로 말을 걸었다. 생일 파티 이후에도 내가 아는 아들 친구가 한 명도 없었기에 급한 마음에 아이들도 함께 놀게 할 겸 동네 롯데리아에서 만나자 했다. 우리 넷은 파워레인저와 오즈의 마법사 뮤지컬을 함께 보았고 태권도 승급심사를 하러 국기원에 갔고, 방학 때마다 외갓집 체험을 하러 다녔다. 승헌과 민규, 그리고 승헌엄마와 나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갑자기 양파가 떨어진 날, 그녀에게 카톡을 한다.


“집에 있어? 나 양파 하나만!”

“응. 복도로 나와”


그녀는 113동에 살다가, 나에게 이사가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 같은 동, 같은 층으로 이사를 왔다. 덕분에 회사를 다니는 동안, 그녀는 민규와 나에게 이모이자 엄마 같은 든든한 친구였다. 갑자기 할머니가 아프셨을 때 민규를 기꺼이 맡아 주었고, 산딸기와 무화과를 보면 승헌이가 아닌 민규를 먼저 생각했다. 매번 친정 제사를 마치고 내가 좋아하는 약과도 챙겨온다. 언젠가 급하게 집에서 나가느라 전기장판 스위치를 켜둔 것 같았을 때 집 비번을 알려주고 꺼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


늘 같이 놀 사람이 필요하다 했던 그녀는 나의 퇴사를 가장 반기는 사람이다. 다니는 시간대가 달라서 같은 층에 살아도 신기하리만큼 마주치지 않는다. 왜 그렇게 바쁘냐고 저녁이 되면 제일 먼저 안부를 묻는 그녀와 오랜만에 작정하고 함께 놀 생각이다.


“오늘 뭐해, 동대문에 갈까?”

“그래, 청소기 돌리고 30분후에 나가자”


수요일은 뜨개질을 하는 그녀가 동대문에 가는 날이다.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맘에 드는 뜨개실을 사고, 백제정육점에서 육회 비빔밥을 먹고 가족에게 줄 육회를 사서 301번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다음주에 함께 볼 <쥬라기공원2> 영화표를 예매했다.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뭐야?”

“자기랑 정국이 다큐 영화 봤지”


아이돌의 엄마가 꼭 봐야 하는 성공한 아이돌의 영화라며 지난 가을 내가 보자고 한 영화다. 아 맞다. 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함께 해주는 친구였다. 내가 놀아 준다고 하지만, 그녀가 함께 해주는 것이다.


“언제 한잔 할까?”

“어디서? 우리 집으로 올래?”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 지나면 친구 집이다. 토요일 밤엔 늘 혼자 있는 그녀를 위해 냉장고에 있는 와인 한 병과 치즈를 챙겨 간다. 아이돌로 데뷔한 그녀의 아들, 승헌이의 공연영상을 본다. 민규의 수능시험이 끝나면 함께 해외 공연을 따라 다니자며 즐겁게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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