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연애는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요.
백수일기를 쓴 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백수를 벗어나게 됐다.
이상하리만큼 쉽지 않았던 이직이었다. 어릴 적부터 뉴스에서 "청년실업률이 올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습니다..."(왜 청년실업률은 매해 최고를 찍을까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글쎄 이번 이직 철은 유독 그런 것 같았다.
백수의 생활은 행복하고 건강했다. 늦잠도 자고 삼시세끼 건강한 집밥을 챙겨 먹고, 자존심 상하는 일은 별로 없고, 언제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보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극히도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었다.
돈도 돈이지만, 친구들이나 친척들 혹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의 그 알 수 없는 속상함은 '나를 지극히 사랑하는' 나를 미치게 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쉽지 않았던 이직이었다. 이대로 나의 직업인 생활은 끝나는 것인가 싶었다.
해탈(이라 쓰고 포기라 읽는)의 경지에 올랐을 무렵, 연락을 받게 됐고 빠른 시간 안에 이직을 하게 됐다.
그리고 현생과 적응에 허둥지둥하며 지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나의 브런치를 보셔서 깜짝 놀랐다.
혹여나 나의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너무 기쁠 것 같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너무 많은 분들이 봐주셨는데 경로가 SNS로 나와서 혹시 막 페이스북 페이지 이런 곳에 'ㅋㅋㅋㅋㅋㅋ인생 자기 혼자 다 산 것처럼 말하는 프로퇴사러의 포스팅' 이런 식으로 올라왔을까 봐 내심 초조했었다. 나의 끝없는 이 상상력이 언젠가 빛을 발하는 일이 생기길 진심으로 바란다.
여하튼 백수의 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의 일상과 생각이 담긴 속마음 일기는 계속 쓸 것이다.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앗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도 그랬잖아?' 이런 생각이 든다면 정말 기쁜 것이고.
아직도 새로운 직장에 이직하고 적응하기 바쁘다. 다행스럽게도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나 능력보다 과분한 칭찬도 받고 그러는데, 내가 잘 해야겠지 싶기도 하다.
백수 생활이 휴식의 여유도 줬지만 일의 필요성과 또 깨달음을 준 것 같다.
절실함이 생겼다. 이 절실함이란 감정이 굉장히 무서운 것이... 무언가에 임할 때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빛'이 있지만 반면 이거 안되면 나 어떡하지... 하는 상실감의 '그림자'가 있더라.
참 그런 거 보면 우리 아버지들은 신기한 것 같다. 어떻게 30년이 넘는 시간을 한 회사에서 근무하셨는지 진짜 존경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그지 같은 회사!!! 때려춰 때려춰!' 하고 싶지만 아마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서 참으셨겠지...
그리고 신기한 게 일과 연애는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에 잠시 함께 일했던 평론가 선배가 그런 말을 해줬다.
"일이랑 연애는 비슷한 것 같아. 내가 이만큼 주는데 이만큼 못 받을 때도 있다? 어느 정도 적당한 밀고 당기기도 필요한 것 같고. 거기에 다 올인해도 나한테 상실감만 줄 때도 많다니깐."
최근 기억력 감퇴와 3년 전 이야기여서 정확히 저 말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요약하자면 저런 내용이었다.
거기에 덧붙인다면, 새 직장과 연애는 생각지 못했을 때 우리를 찾아오는 것 같다. 물론 나의 노력이 기본으로 필요하지만 진짜 그렇게 간절히 원할 때는 온 우주가 외면하더니 살짝 포기하고 생각하지 않을 때 "얍"하고 찾아오는 것 같다. 신기하다. 일과 연애는 왜 이렇게 비슷한 것일까.
나는 연애에 대해 잘은 모르는데, 그래서 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하하.
다만 그 안에서 '나'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