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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니체 Oct 14. 2021

무지라는 둥지, 오만이라는 알

초보 사장들이 꼭 저지르는 실수 TOP 1

또래 친구들이 전역 후 학교에 복학하여 학점을 쌓고 자격증을 딸 때, 나는 창업이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남들보다는 조금 빠르게 경제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사업을 운용 중이다. 


20대 중반 정도 되면 종종 주변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얘기들을 한다. 자기가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어떻냐, 이런 일이 돈이 되지 않겠냐 등등. 처음엔 진지한 조언을 요구하는가 싶어 성심성의껏 질의를 했었는데 당장에 수익구조도 생각하지 않은 얕은 생각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판에 박힌 일상, 남들을 따라 맹목적인 길을 따라가는 게 지겨워 잠깐 고개를 돌리는 정도로 사업을 생각했다. 


그러나 개중에는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초보적이지만 실천 단계까지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다. 나는 그들을 망상형 인간들보다 백 배 천 배 용감하고 진취적인 부류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부분은 대체로 같은 함정에 빠져 초반에 쓴 맛을 보는 일이 잦다. 


무엇이든 처음 해보는 일에는 두려움과 함께 출처를 알 수 없는 용기가 뒤따른다. 뭔가 내가 하면 남들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쉬워 보이고, 재밌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무지에서 오는 착각이다. 어떤 일의 겉모습만 보고는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변수와 고통들을 예상할 수 없다. 특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거래 쪽 분야가 유독 초보 사업가들 눈에는 쉽게 보이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사업을 도박처럼 여기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사업가를 접하기 쉽지 않다 보니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자영업자들을 보고 '사업을 한다 = 물건을 판다'라는 공식을 무의식적으로 새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상거래 쪽에 뛰어드는 초보 사업가들은 대부분 똑같은 착각에 빠진다. '내가 이걸 좋아하니, 대중들도 이걸 좋아할 거야'. 때문에 오프라인 몰이든 온라인 몰이든 그들의 플랫폼을 방문하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상품들이 진열되어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당연히 이 명제는 거짓이다. 자신의 기호가 타인에게도 보편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이긴 하다. 그러나 개인의 본능과 심리적 기작에 기대서 의사결정을 한다면 그 사업은 망하기 십상이다.


이러한 착각은 대개 경험 부족이 원인이다. 실제로 필자 주변에 전자상거래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저러한 실수를 동시다발적으로 저지른다. 아무리 필자가 이미 잘 팔리는 상품들을 랜덤으로 올리고 대중들의 반응을 먼저 살피라고 조언해도, 그들은 친구라면 누구나 알아볼법한 그들만의 취향으로 쇼핑몰을 뒤덮는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몇 달이 지나도 판매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손을 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장사에 '장'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시장조사 한 번 제대로 뛰지도 않고 그저 자기가 좋아하니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상품을 소싱하면 그게 대중에게 먹힐 확률이 얼마나 될까? 당연히 대부분은 도태된다. 개인의 취향은 개인의 취향일 뿐 그것이 상품 소싱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소싱하는 사장이 초보라면 더욱!


필자도 사업 중 하나로 해외구매대행업을 운영 중이다. 지금이야 부수입원으로 완전히 자동화되어 가만히 앉아서도 매달 생활비와 월세를 벌어다주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주지만, 한 때는 나도 같은 실수로 판매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내 멘토는 이미 잘 팔리는 상품들을 무작위로 소싱한 뒤에 판매가 일어나는 카테고리들이 선별되면 그 위주로 상품을 소싱하라는 조언을 해줬다. 


그러나 무식에서 나온 근거 없는 용기(를 가장한 오만) 때문에 나는 내 취향에 맞는 상품들만 소싱했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 멘토는 계속해서 무작위로 다량의 상품을 소싱하라는 말만 반복했고, 필자는 그 소리가 지겨워서 반항하는 심리로 딱 봐도 안 팔릴 거 같은 공구가방을 소싱해서 디자인 작업도 안 거치고 업로드하였다. 일종의 반항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 상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내가 2~3시간 정성 들여 카탈로그를 만든 상품들이 몇 주 째 판매량 0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중국어도 제대로 안 지운 상세페이지를 가진 투박한 공구가방이 일주일 사이에 3개나 팔렸다. 순간 나는 무지의 둥지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초보 사장이 시장을 한눈에 분석할 수 있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를 읽어보았는가? 맨 앞 장에 현대인들의 편견을 깨 주는 시사퀴즈들이 등장하는데, 정규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 대부분이 침팬지보다도 못 한 정답률을 보여준다. 잘 모르는 사람의 신념에 근거한 판단보다 침팬지가 아무 생각 없이 내지른 손가락이 더 낫다는 뜻이다.


처음 들어가는 분야가 있다면, 무지에서 비롯된 근거 없는 용기는 잠시 넣어두자. 선험자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조금 무식해 보여도 근성으로 초기 데이터 확보와 시장 읽기를 먼저 시작하자. 일말의 가치도 없는 쌩초보의 '감' 따위에 기대어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는 것보다는 훨씬 성공확률이 높아질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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