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2번째 공연작인 <자명고>를 5월 19일 7시 30분 공연으로 관람했다. 자명고는 1969년 11월 1일~2일까지 시민회관 종묘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작곡가 김달성의 창작오페라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페스티벌에서 우리나라 창작오페라를 무대에 올렸다는 것이 대단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자명고> 공연을 보면서 이렇게 세련된 연출로 과거의 작품들을 개작한다면, 오히려 타국가의 작품보다 관객들의 정서에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번 공연은 노블아트오페라단에서 연출에 큰 에너지를 쏟았다고 판단이 되었는데, 연출자 김숙영의 세련된 연출이 돋보였다. 화려한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장면에 전환에 중간에 삽입되었던 한국무용도 돋보였다. 배우들의 무술연기도 돋보였다. 노래와 감정연기에도 많은 에너지와 연습이 소모될 것인데, 칼을 이용한 무술과 춤을 통해서 실감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중간에 어색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오페라에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것은 꽤 반가운 일이다.
기억에 남는 역할은 낙랑공주의 조은혜 성악가와 호동왕자에 이동명 성악가, 진대철에 박정민 성악가였다. 특히 조은혜 성악가는 낙랑공주의 성격을 잘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자명고를 찢고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호동왕자에 이동명 성악가는 풍부한 성량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나의 개인취향으로는 꽤 기억에 남는 좋은 소리였다. 진대철에 박정민 성악가는 그 역할에 걸맞은 노래를 보여주었고 악역 연기를 실감나게 했다. 아쉬운 점은 이 작품의 가사들이 한글임에도 불구하고 진대철 성악가의 노래에서는 프롬프터에 자막을 의존했어야 했다. 나는 공개오디션을 통해 뽑힌, 민들레 역을 맡은 최승현 성악가의 노래를 기대했었는데 파트가 짧아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자명고>는 화려한 무대와 군무, 합창단의 합창까지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해서 눈과 귀를 만족시켰는데, 나는 단연 오케스트라와 서진 지휘자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 지난 공연에서 오케스트라 반주에 아쉬움이 있었던 나는 내심 과천시향 상임지휘자인 서진 지휘자님의 연주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첫 장면에서는 오케스트라와 성악가의 합이 잘 맞지 않는 듯 했으나 그것도 잠시뿐, 오페라가 끝날 때까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연주를 보여줬다. 중간 중간 국악기의 연주가 있었는데, 이것도 오케스트라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오페라 <자명고> 공연을 보면서 오페라가 종합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공연 전반에 아쉬운 점은 하나 있었다. 막이 변할 때 중간에 안무 감독인 성재형님이 나와서 독무를 하였는데, 그때 프롬프터에 떴던 해설들을 내레이션으로 읽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선이 분산되는 느낌이 들었고 나중에는 독무에 집중하기 위해 프롬프터의 내용을 보는 것을 포기했다. 온전히 독무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더 좋았겠다.
이번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공연 작품중 가장 기대하는 작품이었던 <자명고>를 보게 되어서 감사했다. 노블아트오페라단에서 다음 공연을 한다면 꼭 찾아가볼 생각이다. 그만큼 연출적인 면에서, 공연의 완성도에서 내 마음을 충족시킨 작품이었다. 커튼콜 할때 열렬한 박수와 함께 환호를 질렀을 정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