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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선 Sep 09. 2019

구독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테마가 있는 글쓰기

디자이너의 글쓰기는 무엇이 다른가



'그냥' 하는 것이 없는 디자이너의 글쓰기는 무엇이 다를까?


브런치에 <사수 없이 일하며 성장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지 두 달 반이 넘어가고 있다. 일주일에 글 한 개 쓰기를 다짐하고, 시작하고, 지속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하나의 테마 안에 6개의 글이 쌓였다. 6이란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숫자일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글쓰기를 시도했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했던 나 같은 사람에겐 이정표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자랑스러운 숫자다.


최근 들어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매번 당황하며 조금씩 다른 대답을 어설프게 늘어놓는다. 그러던 중 문득 글을 쓰는 과정을 글로 써서 공유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생각을 정리해 차근차근 글로 설명하는 것이 질문을 했던 분들에게 더 나은 대답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디자이너의 시점에서 자신의 채널을 기획하고, 구상하고, 생성하고, 구축하는 과정을 기록하기로 했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그저 단순히 글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무엇을 하든 '그냥' 하는 것이 없는 이 디자이너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캡처하기에도 딱 좋은 6개 :)




구독자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브런치에 첫 글을 쓴 것은 2017년 9월이다. 당시 독서법에 대한 4개의 글을 올렸는데,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해서인지 한편 한편 쓰는 일이 너무 힘들어 지속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본격적으로 '일주일에 글 한 개 쓰기'를 시작한 건 2019년 7월부터다. 그 사이 10여 개의 글을 썼고 지금은 15개의 글이 내 채널에 담겨 있다. 이런 시점에 구독자가 2,030명이라니 믿기지 않을 만큼 과분한 성장을 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얼마 전에 몇몇 사람들이 언제부터 글을 썼길래 구독자를 이만큼 모았느냐고 물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쑥스러워서 미처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실은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중요한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글을 쓴 기간이나 글의 개수는 구독자수와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글을 오래 썼다고 해서(시간의 양), 글의 수가 많다고 해서(산출물의 양) 구독자가 당연히 많은 것은 아니다. 물론 우리는 시간과 산출물의 양이 구독자수와 비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는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지만 중요한 사실이다. 이 사실을 알고 글을 쓰는 사람과 모르고 글을 쓰는 사람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벌어지기 때문이다.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그리고 글의 수가 몇 개 되지 않아도 놀랄 만큼 많은 수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반면에 1년, 2년 꾸준히 글을 써왔지만, 100개가 넘는 글을 축적했지만 구독자수가 놀랄 만큼 적은 작가들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저 운 때문인 걸까? 아니면 필력의 차이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인지도의 문제일까? 나는 그 이유가 궁금했다.




'무작정 많이'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


사람들은 흔히 무조건 많이 쓰다 보면 어떻게든 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양질 전환의 법칙을 예로 들면서 말이다. 나 역시 양이 질로 전환된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양질 전환의 법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무작정 많이 하면 된다는 조언이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무조건 많이'라는 말이 무언가를 잘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를 때 상황을 넘기기 위한 쉬운 대답으로 활용되는 것에 있다. 피드백을 주는 방법을 모르는 미숙한 사수들이 종종 하는 말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무조건 많이'하면 방향을 모르고 가기 때문에 굳이 거쳐가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실패를 거듭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 실패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하지만 실패 중에서도 더 좋은 자양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패가 있다고 한다면 어떨까? 방향성이 없는 실패는 자칫 열정을 소비하고 더 나은 쪽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분산시켜 힘을 낭비하게 만든다.




구독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테마가 있는 글쓰기


디자이너라는 직업적 특성 때문이겠지만 나는 뭔가를 시작할 때 관련 자료를 엄청 많이 찾아본다. 그런데 참고할 거리를 찾아보는 일명 벤치마킹은 사실 '얼마나 많이 보는가' 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에 방점을 찍는 것이 좋다. 나는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던 시점에 잘 나가는 작가들을 몇 명 선정해서 일정 기간 관찰하며 분석했다. 이때 주의 깊게 본 것은 글의 성격, 공유수, 구독자수의 관계다.


내가 쓴 하나의 글이 어딘가 유명한 채널이나 포털에 링크되어 조회수와 공유수가 많이 올라갔어도, 정작 구독자수는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어째서 그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구독 버튼을 누르지 않고 이탈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작가의 채널에 '테마'가 없기 때문이다. 낱낱의 글들이 흩어지지 않고 모아져 힘을 발휘하려면 테마가 있어야 한다. 벤치마킹을 하면서 알게 된 이 중요한 발견은 브런치를 포함해 유튜브와 같이 '콘텐츠를 축적하는 채널'이라면 어디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독자가 구독 버튼을 누르는 과정을 거칠게 요약해 보면 이렇다.


1. 어딘가에서 글의 제목을 보고 관심을 끌면 '제목 클릭'

2. 읽고 좋으면 '좋아요 클릭'

3. 좋아요를 눌렀으면 작가의 '다른 글 리스트 스캔'

4. 다른 글들이 지금 글과 연관된 테마 안에 있으면 '구독 클릭'


일단 어떤 글을 읽고 좋아요까지 눌렀다면 그 사람은 글의 테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만일 좋아요를 눌렀는데 구독을 누르지 않았다면 나의 잠재적 '팬'을 한 명 놓친 것이다. 그저 혼자 보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면, 많은 사람과 지속적으로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고 싶은 것이라면 채널에 '테마(성격)'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테마가 없는 채널은 글이 힘없이 나열될 뿐 매력이 없다. 독자는 낱개의 글이 재미있다고 해서 구독 버튼을 누르지는 않는다. 비록 글의 수는 많지 않더라도 글 사이의 관계가 잘 드러난다면 하나로 뭉쳐지며 힘을 갖게 된다. 독자는 관심 있는 테마 안에서 글이 축적되는 과정을 보고 다음 글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구독 버튼을 누른다.




글 하나를 쓰더라도 구독 버튼을 누르는 사람의 마음까지 고려하는 이 생각 많은 디자이너의 글쓰기는 과연 무엇이 다른 걸까? 디자이너가 스스로 과제를 설정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또는 나만의 글을 쓰고 싶지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인 상황이라면 앞으로 이어나갈 내 이야기들이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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